3.1운동 100주년, 일제 탄압 맞선 '만공'선사 무대에 올려진다
3.1운동 100주년, 일제 탄압 맞선 '만공'선사 무대에 올려진다
  • 이영채 기자
  • 승인 2019.01.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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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의 파수꾼'…3.1운동 100주년 맞아 새로 쓴 독립운동사
소리짓발전소는 '마음밭의 파수꾼'을 무대에 올려 독립운동의 새로운 일면을 들여다보고, 독립운동가 선양의 새지평을 제시할 전망이다. 사진은 수덕사 옹산 스님이 출판한 '만공'선사 표지 모습.(사진=혜월스님)
소리짓발전소는 '마음밭의 파수꾼'을 무대에 올려 독립운동의 새로운 일면을 들여다보고, 독립운동가 선양의 새지평을 제시할 전망이다. 사진은 수덕사 옹산 스님이 출판한 '만공'선사 표지 모습. (사진=혜월스님)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각계각층에서 3.1운동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1996년도에 발족돼 충남의 서산·태안을 거점으로 지난 22년 동안 활동해온 공연예술단체인 소리짓발전소에서는 3.1운동 행사의 일환으로 '마음밭의 파수꾼'을 무대에 올려 독립운동의 새로운 일면을 들여다보고, 독립운동가 선양의 새지평을 제시할 전망이다.

'마음밭의 파수꾼'은 한국 불교의 중흥조로 추앙받고 있는 경허대선사의 전법제자인 만공선사의 행장을 조명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총독부에서는 사찰령을 반포하고 주지 임명권과 사찰재산 관리권 등을 장악한 다음 불교계의 친일을 부추겼다. 그런 일본의 불교 타락 정책에 맞서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 중심에 만공선사가 있다.

만공선사는 선학원을 발족시킨 다음 선풍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는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불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신라와 고려를 거치면서 다양한 우리의 민속을 수용하면서 정립시킨 우리다운 고유의 가치관이 용해되어 있는 우리 민족의 얼이며 정신이다.

그래서 일제는 대처육식하는 일본식 불교를 강요하며 조선 불교의 타락을 부추겼었다. 그에 따라 대처승이 양산되고 불교 본연의 구도 수행이 위촉되면서 생활종교로 전락해 나가던 때, 이에 맞서 우리의 얼을 지키기 위한 투쟁한 것은 어떤 형태의 독립운동보다 특별하면서도 가치가 큰 독립운동에 해당한다.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이하게 됐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누구도 주목하지 않아서 이런 식의 정신적 독립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마음밭의 파수꾼'을 쓴 혜월스님의 말이다. 만공식 독립운동도 선양돼야 할 분명한 독립운동이라는 것을 알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마음밭의 파수꾼'을 집필하게 됐다는 혜월스님은 출가 전에는 TV드라마 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여러 편의 장편과 구도소설, 범문집 등을 출간하고 있는 원로문인이다.

혜월스님에 따르면 "만공선사는 은밀하게 독립자금을 모금해 만해스님에게 전달했는데, 그런 사실이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탄로가 났을 때 곤경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비밀에 부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불조의 가르침인 무주상보시를 실천에 옮기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산속 깊숙이 위치해 있던 사찰에서 독립지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신도들을 통해 독립자금을 모금하는 일에 관련이 되어 있는 스님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들 대부분이 무주상보시를 표방했기 때문에 불교계의 독립운동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기독교나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지만, 조선의 얼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한 정신적 불꽃을 튀긴 것이기에 어떤 분야의 독립운동보다도 위업이 크고 그런 만큼 아주 특별한 독립운동을 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점을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훈처에서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거나 투옥된 양형의 유무를 고려해 독립운동가를 선발하는데, 만공선사의 행장을 조명한 '마음밭의 파수꾼'을 대본으로 미리 읽어 보았을 때, 만공은 독립운동과 관련해 옥살이를 하지 않았어도 어떤 누구보다 훌륭하고 치열한 독립운동을 했었던 선각자라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회유하고 겁박을 했어도 끝까지 창씨개명하지 않았고, 독립운동 활동자금의 조성은 물론 우리식 불교의 상징인 청정비구로써 흩어짐 없는 종풍을 지켜내는 것으로 해방 후 일본식 대체육식에 물들었던 대처승들을 몰아내는 정화운동을 주도한 후학들을 묵묵히 양성해 내었던 만공선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산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밭의 파수꾼'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충남 태안의 공연예술단체인 소리짓발전소는 2017년부터 이 지역 출신으로 민족대표 33인 독립운동가 옥파 이종일 선생의 활동 사항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일을 해 온 바 있다.

소리짓발전소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생가를 무대로 한 예술교육연극, 예술체험 프로그램,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탐방 프로그램,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생가음악회, 신두리 가을모래멜로디 등의 공연프로그램을 개최해 왔는데,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도 생가를 무대로 한 연극과 태안여중 오케스트라가 출연하는 3.1절 축하 기념 연주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리짓발전소 서승희 대표는 "올해로 3년 째 하는 행사인 만큼 그 동안 축적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큰 감동과 공감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마음밭의 파수꾼'은 지역 무대공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순회공연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만공선사는 충남을 빛낸 인물을 넘어 우리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나는 자랑스러운 선각자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신문화적으로 계승· 발전돼야할 지역의 훌륭한 유산이 문화적 콘텐트로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돼 잃어버린 얼을 되살릴 전망이다.

esc13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