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MB정부 민간인사찰 검찰 부실수사 지적
과거사위, MB정부 민간인사찰 검찰 부실수사 지적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1.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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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등 윗선 가담 수사 소극적…압수수색 지연”
공수처 신설 권고…“정치 중립성 잃은 검찰 견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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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의 민간인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 등 ‘윗선’ 개입을 규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과거사위는 또 이를 시정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21일 대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판단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 사건은 지난 2008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재한 김종익씨를 지원관실이 불법사찰한 일이다.

경찰도 당시 총리실의 압력을 받아 김씨에 대한 수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에 인력을 공급하는 KB한마음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씨는 불법사찰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검찰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청와대의 개입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러자 오히려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2월 과거사위 우선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과거사위는 “민간인 김씨가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다는 사건을 수사했을 때부터 검찰은 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며 “청와대와 총리실 비선조직이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적으로 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정치권력을 향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1차 수사는 물론 내부폭로로 촉발된 2차 수사에서조차 청와대 등 윗선 가담자의 수사를 소극적으로 펼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사위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1차 수사와 관련, 지원관실 압수수색이 지연돼 증거인멸의 빌미를 줬다고 판단했다.

다만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위직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수사와 관련한 청와대와 검찰 간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는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또 2차 수사 당시 검찰 지휘부가 불법사찰 핵심인물의 체포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루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당시 검찰 관련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개입 정황이 담긴 USB를 대검 중수부장이 가져가 수사팀에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도 USB 7개의 소재가 불분명해 은닉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중수부는 디지털포렌식을 위해 해당 USB를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전달했을 뿐 그 이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기록상 포렌식 의뢰는 물론 분석 결과나 반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과거사위는 정치권력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핵심 증거 확보 등을 위해 △공수처 설치 △검찰 지휘부 수사지휘권 행사기준 마련 및 이의제기 절차 도입 △해당 USB 소재 및 사용 여부감찰 △기록관리제도 보완 △종국처분 후 후속수사 가능하게 하는 제도 마련 △사건 장기방치 방지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특히 과거사위는 공수처 신설 권고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을 견제하고, 국가권력의 불법에 대해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