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중인 국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도 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24일 조해주 선거관리위원이 임명되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것을 빌미삼아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날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을 선언하고 한국당 의원 4~9명씩 1개조로 구성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해괴한 것은 이번 단식이 오전 9시~오후 2시30분, 오후 2시30분~오후 8시로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5시간30분씩 식사를 하지 않는 ‘단식’농성에 나서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릴레이식사’·‘웰빙 단식’이란 비판과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당이 소집 요구한 1월 국회일정을 스스로 보이콧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2월 임시국회도 이미 ‘물 건너갔다’는 여론이다. 원래 국회법상 짝수 달에 소집되는 2월 국회도 정상가동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올해 설날이 2월초에 들어있어 설 연휴가 이어지고 2월11일부터 5박6일간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들이 방미 일정이 잡혀있어 2월 국회가 열린다 해도 채 2주가 안될 수도 있다.
물리적 시간도 그러하지만 문제는 산적된 법안들이 여야 간 쉽게 협의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각종 민생법안에서도 이견이 뚜렷하고 입장이 첨예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선거제도 개선안에 있다.
선거제도 개선안은 국회의원 당사자들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있어 정당별은 물론 정파별로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야당의 끊임없는 요구에 여당인 민주당이 최근 국회의원 수는 300명으로 하되, 지역과 비례대표를 각각 200명, 100명으로 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야당은 일제히 민주당 제안에 반대를 표하고 있고 한국당은 아예 당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하는 야당은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민의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여론상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은 안 되고 지역을 줄여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게 민주당의 제안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 주장을 거듭하며 국회일정을 볼모로 삼고 있다. 어쩌면 국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선안 논의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진짜 이유인지 모른다. 김태우, 신재민, 손혜원, 조해주를 내세워 국회의원이란 명예와 제1야당이란 권력을 이어가는 게 진짜 속내일수도 있다.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일각에서는 ‘제 밥그릇 싸움만 하는 국회’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일 안하고 밥값만 축내는 국회를 더 이상 보기 싫다고 한다. 국민을 무섭게 본다면 적어도 2월 국회에서는 ‘밥값’하는 국회를 보여줘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