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9년만의 국민은행 총파업이 남긴 것
[기자수첩] 19년만의 국민은행 총파업이 남긴 것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1.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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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금융권 전체에 파란을 일으킨 국민은행 총파업 사태는 극적인 임단협 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이번 파업 과정을 지켜보는 여론은 싸늘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사측에 주장했던 요구들이 일반인들의 현실과는 괴리감이 컸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성과급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기본급의 300%를 요구했다. 3조원에 가까운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무리한 액수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의 판단은 달랐다.

국민은행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데도 성과급을 더 달라고 파업하는 것은 고객을 볼모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파업의 명분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미미했던 총파업의 효과도 동력을 떨어트리는데 한 몫을 했다. 이번 총파업에 국민은행 전체 직원의 30% 수준인 5400여명이 참가했지만 실제 고객들이 겪은 불편이나 업무 혼선은 크지 않았다.

국민은행 전체 거래 중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직접 은행원을 통하는 대면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잘 정비돼 있어 파업이 정상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대면 채널이 은행원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국민은행 총파업 사태로 인해 촉발된 파업 무용론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여론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귀족노조로 전락한 것 보다 4차 산업시대가 가져온 변화가 더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대면 채널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는 은행원들은 미래를 내다봐야 할 때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