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파헤치기] "노후대책 확실한 철피아"…안전 외주화 못 끊는 코레일
[철도안전 파헤치기] "노후대책 확실한 철피아"…안전 외주화 못 끊는 코레일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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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후배님' 편의 봐주기로 공정성에 균열
작년 유지보수 외주 90% 전 임원 소속 업체로
대전시 동구 코레일 사옥.(사진=신아일보DB)
대전시 동구 코레일 사옥.(사진=신아일보DB)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철도전성시대에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고속열차가 누비며 1일 생활권으로 묶은 것은 이미 옛일이고, 그 속도를 높여 반나절 생활권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갈라진 한민족을 다시 이어붙일 남북철도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뻗어나갈 한국 철도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다만, 이 모든 철도의 미래는 '안전'이라는 필수조건을 전제로 한다. 한국 철도는 과연 정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철도운행 현장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정책적 대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철도의 구석구석을 촘촘히 들여다봤다.<편집자주>

"퇴직하면 용역업체 임원으로 가는 거죠. 거기서 후배들이 하는 사업들을 수주해요. 퇴직할 때 생각하면 현직자들은 선배들 편의를 봐주게 되고, 이런 식으로 끈끈한 적폐가 형성돼요. 노후 생각하면 외주가 줄어들 수 없는 구조잖아요"

철도 업계에서는 안전 외주화가 확산되는 주범으로 하청업체가 노후대책이 돼 버린 '철피아 구조'를 꼽았다. 정작 공사와 설계에 투입되는 노력보다 '수주용 임원' 모시기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코레일이 발주한 유지보수 외주 9건 중 8건이 코레일 퇴직 임원이 소속된 업체로 돌아갔다.

28일 철도업계는 안전의 외주화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철도공기업 퇴직자들과 외주 업체 간의 유대관계인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를 지목했다.

심지어 선후배 간에 이어진 유대관계로 인해 용역업체에 맞긴 일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더라도 문제 삼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서 궤도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ㄱ씨는 "용역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나중에 자기가 퇴직하면 어떤 업체로 갈지 몰라 뭐라 못 하는 것"이라며 "업체들에서 괜히 공기업 출신 데려가려고 거금 들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얘기하는 실상은 더 놀라운 수준이다. 이른바 '수주용 임원'으로 공기업에서 데려온 사람들은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수주한 용역 관련 업무는 하지 않은 채 돈만 받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A업체에는 코레일에서 퇴직한 ㄴ씨가 현재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업체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철피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며 "업계에서 공기업 퇴직 임원들 모셔가기에 나서는 이유는 인적네트워크를 내세운 수주용 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실제 업무는 아래에서 다하는데 인건비는 그들(수주용 임원)에게 더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또, B업체 직원 ㄷ씨는 "(코레일 출신 임직원) 그 분은 재택근무를 하시는 거고, 실제로 업무를 하시진 않는다"고 말했다. 

C업체에 재직 중인 전 코레일 임원 ㄹ씨는 "퇴직자들이야 수주 하나라도 따서 (업체로) 들어가는 것이지 일은 뭐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레일 출신 임원들이 속한 업체들은 실제 입찰에서 코레일 발주 물량의 대부분을 쓸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이 위탁한 선로유지보수 구간 9곳 중 8곳이 퇴직 임원 소속 업체에 돌아갔다.

게다가 해당 외주를 받은 업체들은 모두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적어도 한 번씩은 코레일에서 건설 또는 유지보수 용역을 수주한 경험이 있었다.

본지는 코레일에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jej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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