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올 설에도 고속열차 '암표 활개'…법 있어도 무용지물
[긴급진단] 올 설에도 고속열차 '암표 활개'…법 있어도 무용지물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25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철도운영기관, 적극 대응 못하고 '속 앓이'
암표상은 수년간 거래 노하우 쌓으며 웃돈 챙기기
한 네이버 카페에서 올해 설 명절 열차 승차권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자료=네이버 카페)
한 네이버 카페에서 올해 설 명절 열차 승차권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자료=네이버 카페)

최근 코레일과 SR이 암표 피해 방지에 나섰으나,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웃돈이 붙은 설 연휴 승차권 거래가 활개치고 있지만, 단속권이 없는 철도운영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8년 전 만들어진 '암표 처벌법' 마저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에서, 암표상들은 수년간 노하우를 쌓으며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명절마다 표 잡기에 진땀을 빼는 귀성객들만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인터넷과 모바일 카페 등을 통해 올해 설 명절 기간 이용할 수 있는 KTX·SRT 승차권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KTX' 나 '설 승차권' 등 간단한 키워드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 카페에는 노선마다 많게는 1만원가량의 웃돈을 받는 수십건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판매자들은 수년간 명절마다 암표를 판매해왔던 거래내역과 60~70명의 단골손님도 있다며 신용도를 자랑했다. 

거래는 판매자에게 웃돈을 포함한 푯값을 보낸 후 KTX 매표 앱 '코레일톡' 회원번호와 이름을 알려주면, 앱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표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RT 승차권도 같은 방식으로 거래된다.

본지가 직접 통화한 판매자 ㄱ씨는 "제 아이디를 검색해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까지 수년간 추석과 설에 판매해 왔고, 거래내역 보시고 믿으셔도 된다"며 "예전에는 캡쳐나 문자로 드렸지만 이제 단속이 많아져서 선물하기 기능으로 보내 드린다"고 말했다. 

다른 판매자 ㄴ씨는 "정 불안하시면 여러 장 구매하실 때 먼저 한 장 받으시고 제가 선물하기 보내드릴 테니 확인하신 뒤에 나머지 받으시면 된다"며 "나름 노하우로 확보한 것이고 그동안의 거래내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홍철호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암표 단속실적은 처벌규정이 담긴 철도사업법이 개정된 2011년 이래 7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른바 암표 처벌법인 '철도사업법'에 따르면, 불법 승차권 거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게시글을 확인하더라도 형사사건이 아닌 과태료 행정처분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영장 없이 인터넷상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태료 처분이라는 게 당사자에게 빨간 줄을 그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열차나 콘서트 표 등 국내에 만연한 암표 문화를 처벌로만 관리하는 게 타당한지 국회와 정부의 고민이 있다"며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기에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 온 올해 설 명절 KTX 승차권 판매 내역.(자료=네이버 카페)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 온 올해 설 명절 KTX 승차권 판매 내역.(자료=네이버 카페)

고속철도 운영기관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은 단속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승객에게 주의를 당부하거나 카페 운영진의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활동 역시 실제 암표 거래를 근절하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SR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상에서 다수의 암표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현재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적발하는 대로 관련 홈페이지 운영진에게 게시글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