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형해달라" 호소했는데…등촌동 살인범 징역 30년
"아빠 사형해달라" 호소했는데…등촌동 살인범 징역 30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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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검찰에 송치된 강서구 주차장 전처 살해 피의자 김모씨.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일 검찰에 송치된 강서구 주차장 전처 살해 피의자 김모씨. (사진=연합뉴스)

"아빠를 사형시켜달라"는 호소글로 주목을 받았던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범인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25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50)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20년 동안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한 뒤 불화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고 거처를 옮겨다닌 피해자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면서 "피해자를 발견한 뒤에는 사전에 여러 번 답사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해 살해하기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러한 일로 피해자의 딸들을 비롯한 유족은 큰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보복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재범 위험성도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반성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유족에게 사죄 의사를 표시한 점, 다른 중대한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2일 오전 4시45분께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 이모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13회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이혼 후 자신을 피해 다니던 전 부인의 승용차 뒤범퍼 안쪽에 GPS를 몰래 장착해 동선을 파악한 뒤 새벽 운동을 나가던 피해자를 흉기로 찔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그는 흉기를 미리 준비했으며 신원을 숨기려고 가발을 쓰고 전 부인에게 접근하는 철저함도 보였다.

이 사건은 김씨의 딸들이 어머니에게 폭력과 살해 협박을 일삼아온 아버지를 사형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이씨의 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저는 살인자인 아빠 신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글에서 이들은 "살인자(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와 우리 가족 중 누구를 죽일까' 목숨을 가지고 저울질 했다. 우리 가족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아버지를 꼭 사형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전처를 몇 년간 지속해서 괴롭히다 결국 잔혹하게 살해한 점, 그 과정에서 가족과 친척에게 많은 피해와 두려움을 심어준 점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해자 가족들은 "30년이 말이 되느냐"면서 "재판부는 사형을 시켰어야 한다"고 오열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