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공기업으로 퍼지나…한수원 여직원 "3년여 간 회사 내에서 성추행"
'미투', 공기업으로 퍼지나…한수원 여직원 "3년여 간 회사 내에서 성추행"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9.01.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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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이후 7개월 흘렀지만…회사 측 조치 아직 無
한수원 "조사 마무리 상태…결과 보고서 작성 중"
 

한국수력원자력 여직원이 입사 후 3년여 동안 회사 내에서 강압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올해 들어 체육계에서 불씨가 다시 살아난 '미투(Me too)' 운동이 공기업 등 직장 내로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4일 프레시안에 따르면 한수원 인재개발원으로 입사한 여직원 A씨는 지난 2014년 4월 첫 회식자리에서 H씨가 허리를 감싸고 왼쪽 볼에 뽀뽀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갓 취직한 사회초년생이라 H씨 직함에 막연한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고,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도 H씨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어 거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H씨는 회식자리나 1박2일 워크숍, 체육대회에서 성희롱 행태가 만연했단 것으로 전해진다. 여직원들에게 빼빼로 게임을 명목으로 입술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으르 시켜 '남남, 여여, 남녀' 게임을 통해 뽀뽀를 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수원 인재개발원 같은 부서 K씨는 지난 2015년 5월21일 경주에서 열린 워크숍 중 오후 9시쯤 A씨에게 만나자고 연락해 맥주를 마시면서 "오빠가 다 책임져 줄게, 내가 노조위원장에게 말해서 니 회사 생활 편하게 해줄게"라며 "너 왜 이제 나타났냐, 내가 지금까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후 A씨는 지난 2015년 5월 다른 팀으로 보직을 이동했다. 당시 같은 부서 C씨 인적이 드문 사무실이나 복도 등에서 수십차례 A씨의 맨살을 만지거나 더듬는 등 신체 접촉을 강행했다.

특히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하고, A씨가 화를 내기라도 하면 "애 떨어질까봐 그러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씨의 행동은 점차 접촉의 강도가 높아지고 횟수가 잦아져 A씨가 결혼한 후에도 이어졌다.

A씨는 "2018년 5월24일 회사 체육대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C씨 일부러 저의 옆에 앉더니 저한테 몸을 붙이면서 '술을 먹었더니 잠이 안 온다'면서 얘기나 하자며 계속해서 저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비기도 했다"며 "저는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 자는 척을 하다가 잠깐 휴대전화를 꺼내 보는데 '왜 너는 휴대폰만 보냐'면서 제 손을 만지기도 했다"고 특정 사례를 설명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5월과 6월에 걸쳐 이들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7개월 가량 흐른 지금까지도 한수원 측은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모든 조사가 마무리된 상태로, 2월 중 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 A씨가 주장한 팩트에는 큰 오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직원 3명은 모두 A씨에게서 분리해 인재개발원을 떠나도록 조치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