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행보에 신경 곤두세운 조양호
국민연금 행보에 신경 곤두세운 조양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1.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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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행보에 신경 곤두세운 한진, 의도·시나리오 파악 노력
적극적 주주권 행사 국민연금도 부담…조 회장 재계 지원 기대할 수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결정을 기다리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23일 열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가 같은 날 청와대에서 언급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행사와는 다른 결과를 내놓자 오히려 의도 파악과 상황별 시나리오 예상에 진땀을 빼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모범 규범을 뜻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통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내놓기도 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통해 올바르지 못한 재벌의 행태를 바로 잡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 회의 이후 단 몇 시간 뒤 열린 국민연금 수탁위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경영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지 여부를 두고 수탁위 위원들은 반대 의견을 더 많이 낸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수탁위 위원들 총 9명 가운데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2명이 찬성하고 7명이 반대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에 대해선 4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수탁위는 이 같은 결과를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금운용위는 지난 16일 수탁위에게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 등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로써 오는 31일 최종 결정을 내리는 기금운용위는 수탁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주주권 행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면서 국민연금의 고민이 커졌다. 

그동안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큰 점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한진그룹이 첫 사례라는 점을 고려해 선례를 잘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기금운용위가 한진그룹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일단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의 의견을 물리치고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결정할 경우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국민연금의 결정에 신경을 모으는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해 반발하는 재계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