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발행어음 부당대출’ 시한폭탄 불안 증폭…차기 제재심 미정
한투 ‘발행어음 부당대출’ 시한폭탄 불안 증폭…차기 제재심 미정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1.24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철·설연휴 맞물려…금감원 심의지연 장기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부당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징계 결정이 미칠 파장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증권사 최초로 발행어음 허가를 받고 시장을 선점해 온 한국투자증권은 언제 해소될지 장담할 수 없는 위험 요소를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최악의 경우 금감원이 단기금융업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목표로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자금의 규모를 6조원의로 제시했을 정도로 단기금융업은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IB의 핵심업무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지만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거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했다. 사건 발생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대표는 이미 지난해 말 물러난 유상호 현 부회장이 맡고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원을 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했고 이 SPC는 이 자금으로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문제는 최 회장은 SPC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자기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이 사실상 최 회장 개인대출에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초대형 IB인 증권사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영업 시 개인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도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자금을 SPC라는 법인에 대출해준 것으로 개인대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달 20일과 이달 10일 두차례 제재심에서 이 사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 인사철과 맞물려 향후 심의는 다음달 설 연휴 이후에나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검사를 담당한 금융투자검사국장이 이달 10일 부서장 인사에서 교체됐고 다음달 초에는 부국장·팀장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도 예정돼 있다.

제재심이 대심제(對審制)로 운용되는 것도 금감원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대심제는 심의 과정에서 법정처럼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제재심이 풀(pool)제로 운영돼 민간위원들 간의 시간 조율도 필요하다. 금감원 제재심 심의 안건이 다시 논의될 경우에는 기존에 심의한 민간위원이 다시 참여하게 돼 있다.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려도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 제재 결정에는 추가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견이 팽팽한 사안인 만큼 증선위 논의 과정도 길어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다음 제재심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더 철저히 준비하겠지만 실제로 제재가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