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흐름에 맞춰야 편하고 실용적인 점도 있겠지만 새 것을 계속 추구하다보면 안정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옛 것 그대로가 좋은 것도 있다. 세월의 손 때가 묻고 엣 향수를 간직한 고풍스런 분위기 속에서 깊은 인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다는 것은 희망을 갖게하는 것으로, 호기심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새로운 것을 도입시키면서 불편하고 촌스러운 기존 문화를 쉽게 버리고 만다.
원도심은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무분별한 신도시 개발은 원도심을 황폐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한다. 그러나 삭막한 도심 속 옛 건물들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 주목 받고 있는 곳도 많다.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 대만 타이베이는 현대적 빌딩 숲 사이로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옛 양조장 건물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담배공장은 미술관으로 변신해 세계적 명소가 됐다.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흉물처럼 우뚝 서 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공해로 인한 환경문제 때문에 지난 1981년 문을 닫은 이후 새롭게 리모델링 현재는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역시 옛 기차역을 현대적 문화공간으로 꾸며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이시카와 현립 역사박물관은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병기창고로 사용됐던 건물인데 원시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해 체험학습과 커뮤니티의 장으로 역할 다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과 미래가 만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이런 변신들은 켜켜이 쌓아온 세월의 흔적들이 도시의 미래까지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종로구 장사동, 중구 을지로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로 서울 5대 평양냉면집으로 꼽히는 을지면옥도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래된 가게 보존 등을 이유로 재개발을 보류하면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전통의 상징인 원도심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과 사람이 떠나는 지방 소도시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 도심과 건물들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의 효용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은 외국 주요 도시의 사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각국의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한 ‘베니스 헌장(Venice Charter)’에는 “역사적인 거대한 유물이 아니더라도 한 개의 건물 혹은 집단을 형성하는 마을 경관이 그 지역 서민의 평범한 기술로 이루어 졌다 해도 특정시대의 문화와 역사적인 흐름의 증명이 되는 것이나 장소는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쇠락해 가는 ‘근대역사문화 유산’을 활용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남 목포에는 건물문화자산이 350개가 넘는다. 근대문화 역사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손 의원은 ‘목포 거리’를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에 압력 행사와 공무상 얻은 문화재 거리 지정 정보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건물을 구입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시세차익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출신인 그가 옛 모습을 보존하고 복원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공감한다. 일부 목포시민들은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손 의원 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손 의원 지인들이 목포 20여 곳의 적지 않은 부동산을 구입한 것은 투기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