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파헤치기] 고칠 시간도 없이 운영되는 선로…"방치할 수밖에"
[철도안전 파헤치기] 고칠 시간도 없이 운영되는 선로…"방치할 수밖에"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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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比 이용률 최대 96%에 달하는 빡빡한 일정
안전보다 수익 위주 운영으로 현장은 '조마조마'
지난 20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열차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열차출발안내 모니터를 보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20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열차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열차출발안내 모니터를 보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철도전성시대에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고속열차가 누비며 1일 생활권으로 묶은 것은 이미 옛일이고, 그 속도를 높여 반나절 생활권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갈라진 한민족을 다시 이어붙일 남북철도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뻗어나갈 한국 철도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다만, 이 모든 철도의 미래는 '안전'이라는 필수조건을 전제로 한다. 한국 철도는 과연 정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철도운행 현장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정책적 대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철도의 구석구석을 촘촘히 들여다봤다.<편집자주>

"한 선로당 2~3분에 한 대씩 열차가 지나가요. 유지보수 할 시간이 없다는 거죠.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낡아서 열차가 본래 속도대로 갈 수 없는 곳도 여럿이에요."

현장에서 만난 코레일 유지보수 담당자들은 빡빡한 열차 운행 일정으로 인해 선로 유지보수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용 빈도가 많은 선로는 정비 시간을 별도로 편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23일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실무자들은 "승객 수요가 많은 일부 구간의 선로사용량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대전역에서 궤도 정비를 수행하는 A씨는 "이쪽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부선의 경우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로 이용률이 높다"며 "실제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를 자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간 철도 승객 수송량 1억4000만명 중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경부선 선로는 '선로용량 대비 실제 사용비율'이 80~90%대인 곳이 많았다. 선로용량은 열차의 속도와 적정 거리를 토대로 산출한 구간별 최대 운행 횟수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확정한 2019년도 선로사용계획에 따르면, 선로 구간별 이용률은 중앙선 청량이~망우 4.6km 구간이 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부고속선 평택~오송역 46.3km 92% △경부일반선 서울~금천구청 17.3km 90% △경부일반선 지하서울~구로 11.7km 82% △경부일반선 구로~병점 37km 80% △영동선 동백산~동해 80% 순으로 조사됐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이 산출한 선로사용계획을 심의하는 국토부는 "선로 이용률을 80%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승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용률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높은 선로 이용률로 인해 주간 유지보수 작업을 하기 어려운 구간이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승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일부 선로 구간의 경우 열차 투입량이 너무 많아 유지보수 등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철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야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조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야간 정비의 경우 작업 위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시야 확보가 어려워 꼼꼼한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노동조합 관계자는 "새벽에 나가면 되지 않느냐는 발상이야 말로 안전보다 수익 중심의 철도 운영방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제로 현장에서는 새벽에도 인근 선로에 화물열차가 다니거나 고속열차도 지나가는 상황인데 책상에 앉아서 계획만 짜는 사람들이 뭘 알겠는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바라 본 열차 승강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20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바라 본 열차 승강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신아일보]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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