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2019년은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신아세평] 2019년은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01.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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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2018년 개봉된 ‘미스백’은 2016년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아동학대 사건인 ‘원영이 사건(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사망 후 암매장)’을 모티브로 한 아동학대 관련 영화이다.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남자주인공인 장섭(이희준분)이 학대받던 지은(김시아분)이를 맡길 아동보호기관을 알아보던 중 ‘전국의 가정에서 폭력당하는 아이의 숫자는 수십, 수만인데 아이를 받아줄 센터가 동네 노래방보다 적다는게 말이 됩니까...’라는 대사를 들으며 우리의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불편했는데, 영화보다 더 끔직하고 불행한 소식을 기해년 벽두부터 접하게 되었다.

의정부경찰은 지난 1월 1일 오전 3시경 A씨가 딸인 B양(4세)이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자신을 깨우자, B양을 화장실에 감금하였고, 4시간 뒤 쓰러진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A씨를 구속하였는데, B양의 경우 2017년경부터 방임의 우려가 있어 법원은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내렸으나, A씨가 양육의지를 보여 보호명령이 취소되었고,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를 관찰대상으로 선정하여 2018년 12월26일, 28일, 31일, 세 차례에 걸쳐 가정방문을 요청하였음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찰대상선정은 강제력이 없어 A씨의 가정방문 거절로 B양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여 비극적인인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심각성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우리나라에 지금 현재 발동할 수 있는 아동보호조치가 전부 다 취해졌는데도 B양에게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있다.

지난 1998년 한 방송국에서 방송 된 ‘영훈이 남매사건’(남매의 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하여 누나는 굶어 죽고, 남동생은 아사 직전에 구출된 사건)을 계기로 국가와 사회가 아동 복지와 안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마침내 2000년 1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아동복지의 개념과 금지유형이 처음 법조문에 등장하게 되었다. 동시에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했다. 그 후 2013년 11월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인천 소금밥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충격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국민적 요구에 따라 그해 12월 31일 국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과 피해아동 보호절차를 대폭 강화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과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담은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음에도 ‘원영이 사건’, ‘고준희양 사건’ 및 문제된 ‘의정부 학대’사건에 이르기까지 가정과 어린이집 등에서 끊임없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아동보호에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규정은 중상해에 이르러야 처벌할 수 있으며, 구속기소율은 평균 2.5%(2010~2017년, 더불어 민주당 금태섭 의원 자료)로 매우 낮고, 아동들에게 투표권이 없어서 인지 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 결산 일반회계 지출기준으로 노인복지 34%, 보육 20%, 장애인 7.1%에 비해 아동복지예산은 고작 0.8%에 불과할 정도로 항상 후순위다(인트로뉴스 2017년 10월 17일자 기사). 이는 국가의 아동보호 책임을 회피하는 수준이라 할 것이다. 더하여 친권을 천륜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강력한 친권 규정 때문에 아동학대 사건 예방과 사후감독에 적극적 개입이 어려운 구조이며, 아동학대 대응기관이 복지부, 법무부, 여가부, 교육부, 경찰로 분산되어 있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아동복지 관련 공공지출이 적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감시할 인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법제도 및 컨트롤타워의 미비로 인해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을 막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동학대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가증스러운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아동들의 가치관이 형성될 시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아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게 만드는 최악의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처벌강화, 제도 개선 및 의식전환으로 반드시 근절하여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2018년 10월 22일 국회에서는 아동학대범죄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개정안(신한국당 조경태 의원 대표발의)을 제출하였고, 친권은 자녀를 위한 법적 대리권 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고 학대아동을 강제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연구 및 독일 청소년청과 같은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 신설에 대하여 논의중이라고 하니 2019년이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기록되는 한 해 이길 기도해 본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