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파헤치기] "문제 있어도 넘어가"…위험신호에 눈 감는 코레일
[철도안전 파헤치기] "문제 있어도 넘어가"…위험신호에 눈 감는 코레일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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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수익성 앞세워 사고 예방은 뒷전
실무자 "사고 위험 경고해도 번번이 묵살"
대전시 동구 코레일 사옥.(사진=김재환 기자)
대전시 동구 코레일 사옥.(사진=김재환 기자)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철도전성시대에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고속열차가 누비며 1일 생활권으로 묶은 것은 이미 옛일이고, 그 속도를 높여 반나절 생활권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갈라진 한민족을 다시 이어붙일 남북철도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뻗어나갈 한국 철도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다만, 이 모든 철도의 미래는 '안전'이라는 필수조건을 전제로 한다. 한국 철도는 과연 정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철도운행 현장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정책적 대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철도의 구석구석을 촘촘히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안전이요? 윗분들은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열차 시운전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일단 개통부터 하자고 해요. '계획된 대로 일정 못 맞춰서 손해나면 누가 책임지냐'는 거예요. 막상 사고 나면 현장직원들 꼬리부터 잘라대죠"

철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사와 시설 정비 현장 직원들 입에서 사고 위험 경고를 번번이 묵살하는 윗선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말로만 철도 공공성을 외치는 경영진이 안전보다 수익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현장 관계자들은 반복되는 철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경영진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역에서 열차 정비를 수행하는 A씨는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장 사정 따위 상관없이 재촉하는 본사 책임이 크다"며 "새로 개통하는 노선에서 시범운행 중 문제가 발생해도 그냥 넘어가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노후 부품 교체와 충분한 시운전 기간 확보 등 안전에 필수적인 사항들을 경영진에 건의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실제, 그동안 감사결과를 보면 코레일이 철도 관련 유지보수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실시한 '철도 기자재 구매·관리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레일은 KTX 중정비 지침서상 일정 수명을 초과한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채 열차를 운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해 9월 내부감사에서는 공항철도 노선 KTX 시운전 도중 발생한 장애로 인해 관련 부품 제작사에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코레일이 '시험결과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에는 KTX 차륜(열차 바퀴)의 결함 655건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은 채 최대 53일간 운행했으며, 궤도가 뒤틀린 일부 선로를 최장 1년 동안 보수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원칙을 벗어난 코레일의 유지보수 행태는 크고 작은 철도사고로 이어졌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출범 이래 발표한 철도사고 조사 완결 보고서를 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 59건의 대형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21건이 열차·선로·시설 유지보수 미흡으로 인해 발생했고, 인적 과실이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인적 과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26년차 기관사 B씨는 "기관사들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수차례 경고해도 듣지 않던 회사가 막상 사고 나면 '그래서 결국 운전은 당신이 하지 않았냐'고 말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가 코레일에 유지보수 규정 등을 위반한 원인과 현장 직원들의 비판에 대한 입장, 조치 계획 등을 물었으나, 코레일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jej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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