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쇠고기를 고를 때 ‘마블링(Marbling; 근내지방도)’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마블링은 고기 근육조직을 관통하는 작은 지방이나 지방의 얇은 층을 말한다. 고기 맛을 연하게 하면서 육즙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마블링 함량이 높을수록 고기의 고소한 풍미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한우고기를 고를 때 새하얀 눈꽃마냥 촘촘히 박힌 마블링 함량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꽤 많다.

마블링 함량에 따라 우리나라는 한우고기 등급을 매기고 있다. 흔히 ‘투뿔(투플러스·1++)’이나 ‘원뿔(원플러스·1+)’로 구분해 부르는 것은 바로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에 변화가 생긴다. 기존 기준보다 마블링 함량이 적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현행 기준은 지방함량 17% 이상(근내지방도 8~9번)돼야 이른바 최고 등급인 ‘투뿔’로 판정 받는다. 그러나 올해 12월 1일부터 현장에 적용되는 ‘축산물 등급판정 세부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함량이 15.6% 이상(근내지방도 7~9번)만 돼도 투뿔 등급을 받는다. 원래 근내지방도 7번 등급은 원뿔 한우고기였으나 앞으로는 투뿔 한우로 판정한다는 얘기다.

원뿔 한우고기 판정기준도 현행 지방함량이 13~17%(근내지방도 6~7번)이지만 개정안에 따라 12.3~15.6%로 하향 조정됐다. 즉 지금 기준으로 1등급 판정의 일부 한우고기도 올 12월부터 원뿔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소비자 알 권리 충족과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등급 명칭은 투뿔부터 3등급까지 지금의 다섯 등급을 유지하되 투뿔 등급에 한해 마블링 양(7~9번)이 함께 표시된다.

마블링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정부는 쇠고기 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등의 비중을 강화한 최저등급제를 도입한다. 지금은 마블링 우선을 원칙으로 예비등급을 결정한 뒤 육색·지방색 등에 결격사유가 있을 때 등급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마블링 외에 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를 각각 개별 평가 후, 각 항목 중 가장 낮은 등급을 적용·산출해 고기의 최종 등급으로 확정한다.

그러면 왜 쇠고기 등급제에 변화를 준걸까?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한우고기의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쇠고기 생산 효율성이 높은 출하월령은 28~29개월인데 우리는 마블링 위주의 한우 사육·경영을 해 사육기간이 2016년 기준 31.2개월로 2~3개월 이상 길다”며 “사육기간 연장으로 사료비용 등 농가 경영부담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데 등급별 마블링 기준을 좀 더 낮추면 그만큼 경영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농식품부는 경영비 절감 효과가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경우 한우고기 값도 연간 최소 277억9000만원(kg당 200.2원)에서 최대 707억5000만원(kg당 509.7원)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우농가는 쇠고기 등급제 개선에 따른 소비자 가격인하 효과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농가들은 소비자 입맛과 선호에 따라 한우고기를 생산·공급하는 구조”라며 “마블링 기준이 완화돼도 소비자가 마블링 함량이 높은 한우고기를 선호한다면 농가들은 지금처럼 사육기간을 늘려 소를 출하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우고기 가격인하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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