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기사마다 댓글에 빠지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기레기’다. 처음 ‘기레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신박한 조합이네’ 하고 웃어넘겼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냥 웃어 넘길 수가 없다. 언론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 기자라는 직업 뒤에 꼬리표처럼 ‘기레기’라는 단어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 라디오나 tv프로그램을 그대로 기사화한 기사나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SNS 소식을 굳이 기사화해서 이슈로 만드는 경우에 이런 비난이 따라다니곤 한다. 하지만 분명 그걸 원하고 사람들이 관심 갖기 때문에 그런 기사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에게 직업에 대한 비난이 듣기 좋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레기 만큼이나 듣기 싫을법한 단어가 요즘 들어 더욱 눈에 띈다. 바로 ‘국개의원’이다. 기자인 내가 ‘기레기’라는 말을 싫어하는 것처럼 국회의원들도 저 단어가 좋을리 없을 것이다.
사실 정치인들이 욕을 먹는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잘하면 내 덕, 못하면 네 탓’이라는 말처럼 어떠한 일에도 칭찬보다 비난이 먼저 들려오는 슬픈 직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런 직업을 갖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비난도 감수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나보다.
이를테면 징역형을 살아야 하는 친구의 아들 형벌을 벌금형으로 낮춰줄 수 있다던가, 조카 혹은 지인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던가 등의 좋은 점 말이다.
물론 가짜뉴스 일수도 있다. 개인 사제까지 털어 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마침 그 지역에 호재가 생겼을 수도 있다. 결국 당적을 포기했지만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각자의 잣대로 이번 일을 평가하고 생각할 것이다.
재판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당사자로 지목된 의원님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몇 년 전 일이 이제야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몇 년이 아니라 몇 십 년이 지나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깨끗한 정치인은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 그 부분에 있어 의구심을 품기도 했었다. 분명 인성 바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그들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했나. 절대 권력이 생기면 주변에서부터 가만두지 않은 모양이다.
의원님들의 귀에 ‘국개의원’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들릴까? 기자가 듣는 ‘기레기’ 만큼이나 기분 나쁘고 의욕이 떨어질까? 아니면 욕먹는 대상이 나만 아니면 되니까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부디 기분 나쁘고 아프고 화나길 바란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권력 있는 직업을 갖게 됐고, 국민들이 낸 피 같은 세금으로 월급까지 받는 분들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들의 비아냥거림을 꼭 아프게 들어야 한다. 열 살 초등학생 아이가 생각해도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더 이상 그들로부터 시작돼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이 달아준 배지를 벼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오만한 권위의식은 내려놓고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국개의원’이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