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운명 이번주 갈린다…檢 '스모킹 건' 주목
양승태 운명 이번주 갈린다…檢 '스모킹 건' 주목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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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개입 물증'이 구속여부 가를 핵심…독대·大자·V표시
헌정 사상 초유 사태에 법원 '부담'…22일께 구속 판가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법원장의 운명이 이번 주 갈릴 전망이다.

42년간 법복을 입었고, 최고 법관의 위치에도 섰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돼 후배 판사에 의해 구속 여부를 판가름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심사 일정이 21일 결정된다.

이들의 구속심사를 담당할 서울중앙지법에는 박범석(46·26기)·이언학(52·27기)·허경호(45·27기)·명재권(52·27기)·임민성(48·28기) 부장판사 등 총 5명의 영장전담 판사가 있다.

법원은 영장전담 판사들과 이들의 근무 이력 등 연고관계를 고려해 심사를 맡게 될 담당 판사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담당 판사가 정해지면 이르면 22일 또는 23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지난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개별 범죄혐의는 4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핵심 혐의는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사건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양승태 전 대법원장' 순으로 보고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한 주요 물증으로 꼽히는 것은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이규진 수첩' 등 크게 세 가지다.

김앤장 독대 문건은 김앤장 측이 작성한 것으로 2015~2016년 양 전 대법원장이 한상호 변호사 등을 수차례 만나 일본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의심된다.

판사 블랙리스트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들을 나눠서 보고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 표시를 해 최종 결정을 내린 정황이 담겨있다.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각종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나 보고 내용을 모두 3권의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했는데, 검찰은 한자 '大(대)'자로 표시된 부분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각 범죄혐의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중심으로 범죄의 반헌법적 성격을 부각해 재판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모두 불구속 상태로 남을 경우 '말 맞추기'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간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는 등의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여부는 검찰의 영장심사에서 얼마나 탄탄한 '직접개입' 물증을 내놓을지, 또 이를 토대로 설득력 있는 소명을 내놓을 수 있을 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헌정 사상 초유인 전직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법원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법원이 법원행정처장까지 교체하면서 사법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영장전담판사의 개인 신상까지 공개되는 등 비난 수위가 높았던 바 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사법행정권 의혹과 관련해 사분오열하고 있는 법원 내부의 균열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 관계자는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영장심사 과정에서 사안의 심각성과 도주의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