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병대 전 대법관 수사 확대…이번엔 '셀프 배당' 의혹
檢, 박병대 전 대법관 수사 확대…이번엔 '셀프 배당' 의혹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20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교후배 진술 확보…배당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사법농단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61) 전 대법원장에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인의 형사사건을 자신의 재판부로 '셀프 배당'시킨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고교 후배이자 투자자문업체 T사 대표인 이모(61)씨로부터 박 전 대법원장에게 재판을 청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씨는 통신회선 제공업체 M사를 일본 업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28억5000여 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2011년 8월 기소됐다.

이 사건은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상고하면서 2012년 8월 대법원으로까지 사건이 넘어갔다.

그러자 하급심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에게 수시로 자문하던 이씨는 박 전 대법관에게 "탈세 사건 상고심 재판을 맡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박 전 대법관이 속한 1부에 배당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2013년 11월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전산조작 등의 방법으로 사건 배당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이씨 재판을 스스로 맡았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배당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도 형사소송법이 불공평한 재판이 염려될 때는 법관이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법관의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찰은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7년 3월 법원에서 퇴직한 후 T사 고문 자리를 얻은 배경에도 박 전 대법관의 부탁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만약 이씨의 청탁과 임 전 차장의 재취업 사이의 연관성이 입증될 경우 제3자뇌물수수 등 새로운 혐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특가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사법농단 의혹이 집중됐던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등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

두 번째 영장으로 '승부수'를 던진 검찰이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조사에 이어 구속 수사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