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성예금 증가율 8년만에 최저…대출금리 영향은
통화성예금 증가율 8년만에 최저…대출금리 영향은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1.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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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며 정기예금으로 갈아타…은행, 대출 재원 조달 고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수시입출금의 대표적인 예금인 요구불예금 증가속도가 두드러지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며 정기예금 매력이 커지자 요구불예금에서 저축성예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으로도 통한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94조544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증가율은 2010년 3분기(-1.6%) 이후 가장 작았다.

요구불예금은 2014년 3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꼬박꼬박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정기 예·적금 매력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높은 다른 투자 수단을 찾아 나서는 대기성 자금이 몰려들어서다.

2015년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실제 2015년 3분기에는 요구불예금 증가율이 32.1%까지 치솟으며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30%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요구불예금 증가속도는 서서히 하락했다. 2017년 4분기 8.0%로 한 자릿수로 내려가더니 지난해 1분기 6.2%, 2분기 6.1%에 이어 3분기에도 증가율이 더 떨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원화예수금에서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감소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비중은 2017년 말 46%에서 2018년 말에는 43%로 낮아졌다. 요구불예금 자금이 줄어든 만큼 정기예금은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에서 정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말 46%에서 2018년 49%로 증가했다.

KEB하나은행도 원화예수금 중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말 38%에서 2018년 36%로 감소한 반면, 정기예금 비중은 55%에서 59%로 높아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 비중도 같은 추이를 보였다. 반면 정기 예·적금과 같이 일정 기간 은행에 예치한 후 돌려받을 수 있는 저축성 예금은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저축성 예금 잔액은 1175조1612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 늘었다.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2015∼2017년 4∼5%대에 머물렀다가 지난해에는 6%대로 뛰었다. 저축성 예금 증가속도는 빨라지고 요구불예금은 둔화하며 증가율 역전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 저축성예금 증가율은 6.7%포인트로 요구불예금(6.2%)보다 0.5%포인트 높았다. 저축성예금이 요구불예금 증가율보다 높아지기는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지난해 3분기에는 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 간 증가율 격차가 4.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요구불예금이 줄고 저축성예금이 증가하는 것은 금리 인상으로 요구불예금으로 묶여 있던 부동자금이 저축으로 안착한 결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예금은행의 순수저축성 예금 가중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1.81%로 2015년 1분기(2.0%) 이후 최고였다. 3분기에도 소폭 떨어진 1.80%였다.

문제는 이처럼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지속되는 현상이 은행들의 대출 태도에 변수가 된다는 점이다. 저원가성 예금의 경우 조달금리가 0%대로 낮아 은행들의 대출 재원으로 사용되는데,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태도가 신규취급액 신용대출 금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9월 연 4.39%에서 10월에는 4.45%, 11월에는 4.5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29%에서 3.28%로 감소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