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스크가 해결책은 아니다
[기자수첩] 마스크가 해결책은 아니다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1.17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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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회색빛이어서 처음에는 짙은 안개가 낀 줄 알았다. 문이 열려있는 택시를 잡아서 탔는데 눈도 따갑고 목도 칼칼해서 문을 닫아달라고 기사님께 부탁했다."

몇 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미국 재미교포 친구가 "더 이상 한국으로 여행을 못 올 것 같다"며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지난 14일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관측 이래 가장 최고치인 127㎍/㎥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기록인 지난해 3월 99㎍/㎥를 크게 웃돈 셈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하루 종일 나쁨 수준을 나타내며 이번 겨울 들어 최악의 대기질을 보였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수도권에는 제도 시행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가 사흘 연속 발령됐다. 수도권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서울지역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이 시행됐으며,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의 출력도 80%로 제한됐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 이러한 저감조치들이 미세먼지 근원책이 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최근 우리 기상 항공기로 측정한 데이터에는 중국발 오염물질이 서해를 건너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반도의 미세먼지 상황에 대해 30~50%는 중국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중국 환경당국의 대변인은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원은 중국에서 날아간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대놓고 어깃장을 놓았다.

환경 문제는 국경을 초월해 국가 간 정보를 교류하고 대책도 협력해 수립한다. 그런데 미세먼지에 관한 우리 정부는 중국이 오염원임이 분명한데도 정보 교류와 협력적 대책 수립을 손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도 중국 정부에 이렇다 할 요구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국내 발생원에 대한 대책에서도 제대로 된 근원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최악의 공기 질로 숨이 턱턱 막히는데 언제까지 '외출 때 마스크를 꼭 챙기라'는 말만 할 것인가.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