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인 재심서 '공소 기각'…70년만에 풀린 한(恨)
제주4·3 수형인 재심서 '공소 기각'…70년만에 풀린 한(恨)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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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공소 자체가 무효"
17일 오후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4·3사건 당시 계엄령하에 이뤄진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생존 수형인 18명이 재심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법부가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이며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힌 수형인들이 무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0년 만에 한(恨)이 풀리는 순간인 셈이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어 공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인정해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4·3 당시 공소 제기(기소) 절차가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법률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수형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지난 세월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은 해방 이후 이념 간 대립으로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3만여명이 무참히 살해됐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날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은 수형인들은 4·3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 형무소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됐다.

이들은 1948~1949년 내란죄 등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이후 수형인 18명은 지난 2017년 법원에 군사재판이 불법이라며 제대로 된 재판을 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6개월 만에 이를 받아들였다. 재심의 근거가 되는 유죄 확정 판결의 직접 자료는 없지만 이들이 교도소에 구금됐다는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공고기각을 구형했다.

선고는 1년 10개월 만인 이날 나왔다. 18명에 대한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오면서 앞으로 남은 수형인들의 재심 재판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