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경영권 맞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촉구
조양호 경영권 맞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촉구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1.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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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행사 심판대 선 한진그룹 이사회
“국민적 공분이 주가 영향·연기금 손실 불러”
다음달 초까지 주주권 행사 여부·범위·방식 등 결정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 (사진=이성은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 (사진=이성은 기자)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대한항공 노조 등은 16일 오전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조 회장 일가의 갑질 경영으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 등을 비판하며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서서 회장 일가 등의 이사 연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대한항공은 사주 일가의 갑질, 밀수 등 불법행위로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산 바 있다”며 “이는 주가에 영향을 미쳐 연기금에도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국민연금에 대해 “이제 좀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주주권 행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회장 일가는 배임·횡령과 함께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부정대학편입 등으로 사회적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비난은 국민적 공분으로 번졌다. 조 회장 일가가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켜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이어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3대 주주이자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으로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 반대에 나설 수도 있다.

김남근 민변 변호사는 조 회장의 횡령·배임 건과 그룹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을 언급하며 “당연히 이사회가 열려 진상규명하고 이사 해임 등오로 대응했어야 하지만 이사회는 암묵적으로 방임하면서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대한항공이야말로 아주 불투명한 지배구조”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이사회를 연신 지적했다.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국제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전에 미국 자산운용사로부터 한국은 자본효율성이 떨어지는 나라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북미 연금펀드들이 한국 금융당국자들을 만나 지배구조 정책 방향을 물어보는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단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도 참석해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호소했다. 박 지부장은 “개인 사찰을 한 뒤 징계를 내리는 등의 행태를 일삼고 있는데 그러한 징계는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갈림길에 놓이는 일”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약자들이 매일 회사를 출근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생존의 갈림길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그 시발점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같은날 오전 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검토하도록 결정했다. 기금운용위는 검토 이후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 방식 등을 다음달 초까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