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물은 거래되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다
[기자수첩] 동물은 거래되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1.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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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직접 동물 안락사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개와 고양이 250여 마리가 수년간 보호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희생당했다. 안락사에 가담했다는 한 직원은 “개의 눈을 보면 너무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5년부터 안락사된 개와 고양이가 수백마리에 달한다는 증언은 케어의 ‘구조 전문’ 단체 이미지를 깨뜨렸다. 더군다나 2011년 이후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한 단체라 충격은 배가 됐다.

박 대표가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운영하면서 돈을 받고 보호하던 반려견 두 마리를 안락사한 사실과 사체를 연구용으로 수의대에 기증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 대표에 대한 비난은 거세졌다.

구조 활동에 가장 열성을 보여 ‘천사’로 불렸던 박 대표는 ‘비밀 안락사’로 한 순간에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케어 내부에서는 마땅한 시설 없이 구조에만 매몰된 데서 원인을 찾는다. 홍보와 모금을 위해 구조는 하되, 구조된 동물을 감당할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동물 구조는 대개 구조 자체에만 집중됐다. 구조된 이후 동물의 삶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이다. 이따금씩 건네는 관심과 후원금이 전부였다.

사후약방문일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를 박 대표 개인의 문제 혹은 케어 내부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입양 절차와 동물 구조 활동, 동물권 전반에 걸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일정 기간 동물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의 일부 주는 불시에 입양 희망 가정을 방문해 반려동물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인지 점검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장에서 동물이 생산되고 펫 숍에서 거래된다. 동물을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인식해 존중하기 어려운 풍토다.

이번 안락사 논란과 같은 일을 막으려면 애초에 동물이 버려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버려지는 동물이 없으면 구조된 뒤 안락사당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