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불법 밀거래' 주범 벌금 1조3천억원 '역대 최대'
'금괴 불법 밀거래' 주범 벌금 1조3천억원 '역대 최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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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홍콩 금괴 4만개 한국공항 거쳐 일본 반출
법원 "조세질서 어지럽히는 등 사회적 폐해 크다"
조직원 주거지에서 검찰이 압수한 금괴. (사진=부산지검)
조직원 주거지에서 검찰이 압수한 금괴. (사진=부산지검)

2조원 상당의 금괴를 불법 밀거래해 400억원대 시세 차익을 남긴 일당에게 징역형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특가법상 관세법 위반과 조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모(54)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조3338억여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양모(46)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조3247억여원, 박모(45)징역 3년에 벌금 993억여원, 윤모(53)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648억여원을 각각 선고했다.

금괴 운반조직 공범들에게는 징역 2년6개월~3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69억~1조1829억원, 추징금 1015억~1조7951억원 등이 선고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들에게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2조100여억원의 추징금을 나눠 낼 것을 명령했다.

이들 중 윤씨와 양씨가 받은 벌금액 1조3000억원은 검찰이 기소한 단일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추징금 2조102억원은 분식회계 혐의로 23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윤씨 등은 홍콩 금괴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 반입한 다음 관세법에 따라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에 대한 세금이 없는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한 뒤 국내 김해·인천공항에 도착해 사전에 교육한 한국인 여행객에게 전달, 일본공항을 통해 반출한 방식이다.

이들은 2014년 일본의 소비세 인상(5%→8%)으로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하자 세금이 없는 홍콩에서 금괴를 사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려 매매차익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금괴를 운반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일당 50만~80만원, 공짜 여행' 제목의 광고를 보고 연락해 범행에 일조했다. 2016년에만 5000명 이상이 동원됐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홍콩 직항 입국 승객에 대한 금괴밀수 단속을 강화하자 국내 세관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인천·김해공항 환승 구역에서 금괴를 한국인 여행객에게 넘겼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2015년 7월 2016년 12월까지 400억원대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이 빼돌린 금괴는 4만321개, 시가로 2조원이다.

아울러 윤씨 등은 금괴 운반 수수료로 얻은 소득을 숨기고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아 총 68억4000여만원 종합소득세를 탈루하기도 했다.

검찰은 법리검토 끝에 공항 환승 구역을 이용한 금괴밀수 범행을 불법 중계무역으로 규정, 처음으로 국내 관세법 위반 혐의(밀반송)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면서 "피고인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으로 동기가 매우 불량하다"면서 "조세포탈 범행은 조세질서를 어지럽히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이 받은 최대 벌금을 받아 처분 방향을 두고 일각에선 '황제 노역'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금괴 중계밀수로 400억원 시세 차익을 거뒀으나 법원의 추징보전 명령으로 대부분 범죄수익이 묶여 있다.

벌금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내지 않으면 노역장 유치로 대신해야 한다. 노역장 유치는 형법상 벌금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3년이다.

따라서 윤씨와 양씨가 벌금 1조3000억여원을 내지 못하면 징역형과 별개로 노역장에 유치될 수밖에 없다.

만약 윤씨와 양씨가 최대 3년(1095일)을 다 채워 노역장에 유치될 경우 하루 일당은 12억원에 달한다.

보통 노역 일당은 하루 10만원으로 책정되는 것을 고려할 때 윤씨와 양씨는 이보다 1만2000배나 많은 일당을 받게 되는 셈이어서 형평성·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