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 '북한=적' 삭제…"北, 핵·미사일 고도화"
국방백서 '북한=적' 삭제…"北, 핵·미사일 고도화"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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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방백서' 발간…킬체인·대량응징보복 삭제
北, 병력·전략무기에서 우리나라 軍보다 양적우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방백서에 '북한은 적'이란 표현이 공식 삭제됐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킬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KMPR)'이란 용어도 사려졌다.

북한은 병력과 전략무기 등의 분야에서 우리 군보다 양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핵·미사일 능력은 2년 전에 비해 고도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에 대한 국방부의 평가 등이 담긴 국방백서는 2년마다 발간된다.

이번에 발간된 백서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표현했던 문구가 삭제된 점이다.

당초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고 언급하며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적혔었다.

하지만 백서는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한 것을 고려해 표현을 바꿨다.

대신 백서에는 '적'을 북한에 특정하지 않고, 모든 위협·침해세력으로 확대해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했다.

백서에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표기됐다.

다만 백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또 백서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만들어진 킬체인과 KMPR 등 용어가 페기됐다. 대신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북한군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 백서는 남북한 군사력 현황을 보면 북한군은 병력과 전략무기 등의 분야에서 우리 군보다 양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병력 부분을 살펴보면 작년 말 기준 남북한 상비병력 규모는 국군 59만9000여명, 북한군 128만여명으로 북한군이 우리 군의 2배에 달한다.

독립적인 작전이 가능한 독립여단 규모는 북한군이 131개로 우리 군(31개)보다 4.2배가 많다. 독립여단은 군단급 부대 이상 부대에 편성된 포병, 공병, 항공여단 등을 의미한다.

북한군의 특수전력도 강화됐다. 백서는 요인 암살 작전을 전담하는 특수작전대대가 창설됐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2016년 11월 4일자 언론을 통해 특수작전대대의 전투 임무 등을 보도했고, 특수전 부대의 위상 강화를 위한 특수작전 능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전 부대는 전시 땅굴을 이용하거나 다양한 침투수단을 이용해 전·후방지역에 침투해 주요 부대와 시설 타격, 요인 암살, 후방교란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백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2년 전에 비해 고도화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북한 미사일 전력은 SRBM(단거리·300~1000㎞)은 스커드 B·C와 신형 고체형 미사일, MRBM(준중거리·1000~3000㎞)은 스커드-ER, 스커드-D(개량형), 북극성, 북극성-2, 노동미사일, IRBM(중거리·3000~5500㎞)은 무수단, 화성-12로 각각 분류됐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5500㎞ 이상)으로는 화성-13, 화성-13(개량형 추정), 화성-14, 화성-15, 대포동을 명기했다.

2년 전 발간된 2016 국방백서에는 사거리 5000㎞ 이상인 북한 미사일이 대포동만 있었지만, 2018년 국방백서에는 대포동과 화성계열을 포함해 6종류로 늘었다.

북한이 핵·미사일·화생방무기를 운용하는 전략군사령부 예하에 9개 미사일 여단을 새로 편성된 점도 언급됐다.

북한이 작전 배치했거나 개발 중인 IRBM과 ICBM의 사거리에 대해서는 무수단 3000㎞, 화성-12형 5000㎞, 화성-13형 및 화성-14형 5500㎞ 이상, 화성-15형 1만㎞ 이상으로 평가했다.

'일반부록'에 별도로 표기된 북한 핵능력과 관련해서는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수소탄 시험으로, 폭발위력은 5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제조 가능 플루토늄을 50여㎏으로 추정했고, 고농축우라늄(HEU)은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했다.

국방백서는 "북한이 그간 전략적 환경 변화에 맞춰 군사전략을 변화시켜 온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비핵화 협상 진전 여부 등에 따라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외에 이번 백서에서는 일본과의 갈등 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듯한 변화도 보였다.

이번 백서 '제3절 국방교류협력' 중 '한일 국방교류협력'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2016 국방백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규정한 바 있다.

과거 국방백서에 지속해서 등장하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가치 공유'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은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