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전 유도선수 "코치가 20차례 성폭행"…유도계 '발칵'
[체육계 미투] 전 유도선수 "코치가 20차례 성폭행"…유도계 '발칵'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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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유도선수 S(24)씨가 '체육계 미투'에 동참했다.

S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생 시절이던 2011년부터 당시 유도 코치였던 A씨에게 수시로 맞고 20여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인터뷰에 따르면 A코치는 S씨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휘둘렀다.

고교 유도부 선수 시절 S씨를 노란색 수도관 파이프로 때리고, 유도 기술인 굳히기를 써서 S씨를 절시키기도 했다.

당시 폭행으로 S씨는 가족들과 함께 목욕탕을 갈 수 없을 정도로 엉덩이와 허벅지에 심한 멍이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씨는 "맞는 게 너무 싫어서 열심히 했다"며 "운동시간이 두렵고 코치가 뭘 시키면 무조건 해야 했다"고 말했다.

A코치의 만행은 폭행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미성년자였던 S씨를 고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한 뒤인 2015년까지 20여차례 성폭행하기도 했다.

S씨는 "2011년 영선고 유도부에서 코치의 숙소 청소를 전담했다"며 "그해 여름 A코치는 숙소로 나를 부르고 매트리스에 올라오라고 한 뒤 성폭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A코치는 S씨에게 “너 막 메달을 따기 시작했는데 이거 누군가한테 말하면 너랑 나는 유도계에서 끝”이라면서 협박하기도 했다고 S씨는 전했다.

A코치는 S씨의 임신여부를 치밀하게 체크하는 모습도 보였다.

2011년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탐라기 유도 대회에서 S씨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3위에 그치자 A코치는 S씨에 "생리했냐"고 물었다.

S씨가 "아직 안 했다"고 답하자 임신 테스트기를 줬고, 결과에서 '비임신'이 떴지만 A코치는 다음달인 2012년 1월 S씨를 산부인과에 데려가 초음파 검사를 받게 했다.

S씨는 고교 졸업 후인 2015년 서울로 올라와서야 A코치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A코치가 갑자기 S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A코치 아내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A코치는 S씨에게 "가진 거 지금 50만원 있는데 받고 마음 풀어라", "(아내에게 전화 받으면) 무조건 아니라고 하면 된다", "내 죄를 덮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제자인 너를 선생님이 좋아해서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S씨는 사과 보다는 돈으로 회유하는 A코치의 모습에 지난해 3월 고소를 결심했다. 고소장을 쓸 당시에도 A코치는 다시 500만원을 주며 사죄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S씨는 경찰에 여러 증거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S씨에게 피해를 증언해줄 증인을 요구했다.

S씨는 자신이 어렵게 피해사실을 알렸던 유도부 동료 1명과 여성 코치 1명에게 증언을 부탁했지만, 그들은 유도계와의 친분을 거론하며 모두 침묵하는 것을 택했다.

현재 S씨의 고소사건은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전주지검으로 넘어갔다. 전주지검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촉탁했으나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수사에 별 진척은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한편, A코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성폭행한 적이 없으며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된 경력이 있는 유도 유망주 출신인 S씨는 현재 운동을 그만 둔 상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