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분쟁 예방 '사전조정제', 정부 무관심 속 전면 보류
[단독] 건설분쟁 예방 '사전조정제', 정부 무관심 속 전면 보류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9.01.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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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3개월 된 용역결과 "시간 없어 검토 못 해"
업계 "현 조정방식 법적효력 無…대안마련 시급"
서울의 한 건설현장.(사진=신아일보DB)
서울의 한 건설현장.(사진=신아일보DB)

국토부가 건설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로 도입하기로 했던 건설 사전조정제도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제도 도입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연구한 용역결과가 이미 3개월 전에 나왔지만, 국토부 관계자들은 "시간이 없어 검토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건설업계는 법적 효력이 없는 현 분쟁조정위의 조정 방식은 분쟁 해결 차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조속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가 건설분야 분쟁 예방을 위해 검토해왔던 '사전조정제도(이하 DRB)' 도입을 전면 보류했다.

DRB는 착공 전 구성된 분쟁심사위원회가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각종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는 제도다. 공사 주체 간 갈등이 분쟁으로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빠른 해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건설분쟁 조정은 주로 '소송외적 분쟁 해결 방식(ADR)'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대다수의 건설업체는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은 법적 효력이 없고 사후약방문식 처방인 만큼, 사전에 갈등을 조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현재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상대편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효력이 없어 효과에 있어서 제한적"이라며 "분쟁 발생 초기 이를 해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6월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통해 DRB 도입 필요성 및 세부시행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지난해 10월 DRB 도입 방안을 담은 용역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DRB 도입 방안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관계자들은 해당 업무에 대한 추진 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했으며, DRB 도입 필요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근거와 제도적 필요 사항 등이 담긴 용역 결과 자체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A관계자는 "시간이 없어서 용역 결과서를 살피지 못했다"며 "용역 후 진척된 사항은 없으며, 앞으로의 계획도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제 와서 건설 분야 분쟁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DRB를 검토했을 뿐 도입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A관계자는 "DRB는 현재 조정방안의 대안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조정방안을 검토하는 중 실시된 연구 중 하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DRB를 대체할 다른 대안 마련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사실상 건설 분쟁 예방 관련 업무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멈춰버린 것이다.

국토부 B관계자는 "DRB 도입은 내부적으로 보류된 상태며, 다른 연구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며 "투입돼야 하는 예산도 크고 법 개정도 거쳐야 해 DRB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토부 해명과 달리 국토부가 실제 DRB 도입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진행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한 연구위원은 "당초 국토부에서 DRB 연구에 큰 관심을 보여 실무적이고 제도적인 내용까지도 추후 과제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황보준엽 기자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