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도人災 막으려면 '코레일 안전불감증' 먼저 고쳐야
[기자수첩] 철도人災 막으려면 '코레일 안전불감증' 먼저 고쳐야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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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이라는 말을 천 번쯤 반복해본 적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매일 반복하게 되는 일이예요"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여 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희생자의 한 유가족이 "다시는 같은 사고가 없길 바란다"며 한 말이다. "누군가의 방관과 허술한 안전관리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여서 더더욱 만약이라는 가정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그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 쓰렸다.

그리고 한 동안 희미해졌던 그 기억은 지난달 강릉선 KTX 탈선사고와 함께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불행 중 다행히 열차 속도가 빠르지 않아 대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불러왔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대표 철도운영기관 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영 효율화 명분으로 유지보수 인력은 최소한으로 운영됐고, 안전원칙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정부의 관리감독은 소홀했다. 

특히, 코레일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는 '사상사고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부감사 자평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최근 감사로 적발된 총 46건의 규정 위반사항 중에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안이 적지 않았다.

설비 점검계획을 세워놓고 실제로 하지 않거나 운행·관제 업무 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례가 있었고, 근무시간에 취침하거나 소파에서 TV를 시청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근무자 교대시간에 하도록 돼 있는 음주측정을 하지 않고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국회와 철도업계 관계자 입에서는 차마 기사에 담지 못할 정도로 코레일 임직원의 근무태만이 만연하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최근 끊임없이 이어진 사고는 결국 이 같은 안전불감증이 겹겹이 쌓여 비롯된 것이다. 코레일은 하루에도 수십만 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철도운영기관임을 명심해야 한다. 

누군가의 하루하루가 무책임한 업무 수행으로 인해 수천 번의 '만약에'로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기고, '반복되는 인재'라는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안전관리체계를 쇄신해야 한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