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승태 ‘징용소송 개입의혹' 집중 추궁
檢, 양승태 ‘징용소송 개입의혹' 집중 추궁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9.01.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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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기억나지 않는다”…혐의 부인할 듯
검찰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도 조사할 것”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거래 등 핵심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오전 9시30분부터 징용소송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며,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받는 혐의들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검찰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2013년 9월께 외교부 입장에서 재판방향을 구상한 법언행정처 문건을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받았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결에 외교부가 낸 민원을 다른 경로로 접수했는지 등도 캐묻고 있다.

이 밖에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차한성‧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청와대 및 외교부와 재판절차를 논의하는 데 개입한 정도와 2015년 8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재판거래 논의 여부 등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전범기업 측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모 변호사를 직접 만나 재판방향을 알려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측 신문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물증과 진술이 확보된 의혹들에는 “실무진이 한 일”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징용소송 절차에 직접 개입한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대거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조사 분량이 방대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을 수차례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이날 조사는 오후 8시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피의자가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조서 열람 절차를 거쳐 자정 전에는 귀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