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가 새해 벽두부터 확산되면서 실상을 전해들은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최근 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고등학생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시발점이었다. 이미 폭행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코치의 악행이 심 선수의 용기 있는 폭로로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망설이던 다른 피해자들도 잇따라 용기를 내고 있다.
빙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 선수 외에 추가 피해자가 6명이나 더 있고, 가해자도 조 전 코치 외에 2명이상 더 있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심 선수처럼 다른 선수들도 미성년 때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점이다.
박지훈 젊은빙상인연대 자문변호사는 14일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6명의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선수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공개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상도 못할 일이 현실로 드러나자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동계스포츠 불모지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각종 세계대회는 물론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선사해 국민의 시름을 달래줬던 스포츠스타들이 수시로 성폭력에 노출돼 있었다는 소식은 차라리 ‘가짜뉴스’이기를 바랐다.
쇼트트랙 여자 선수들에 대한 성폭력 추가폭로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체육계 성폭력을 이번에야 말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체육계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서로 쉬쉬하는 것을 보고 가슴앓이를 했던 피해선수들에 대한 죄스러움과 미안함을 덜어낼 수는 없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아니라 ‘엘리트 체육’을 신봉하는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도자의 권력이 너무 세다보니 폭행사태가 발생해도 좋은 성적만 내면 괜찮다는 분위기가 만들어낸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폭력이나 성폭행 문제가 있어도 ‘실력 있는 지도자’는 언제라도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항거조차 하지 못했다는 하소연이다.
체육계에서마저 ‘터질 일이 터졌다’란 분위기다. 당장의 수상경력이 필요한 체육계와 스포츠스타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심 등 어른들의 일그러진 욕망이 어린 선수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제 ‘엘리트 체육’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빙상협회 등 지난 폐습에 젖은 지도자와 행정가를 발 못 붙이게 하는 게 먼저다. 체육계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면서 적폐를 일삼는 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관련자 영구추방은 물론 방조한 체육계 임원과 지도자들이 먼저 용퇴하는 것이 사죄의 순서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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