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파업이 남긴 무더기 형사고소·억대 손해배상 소송
CJ대한통운 파업이 남긴 무더기 형사고소·억대 손해배상 소송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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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총파업 참가자 650명 중 160여명 고소
사측, 노조원 상대 2억원 손해배상 청구
노조 “노동조합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 주장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 (사진=이성은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 (사진=이성은 기자)

CJ대한통운 노동조합원들이 사측이 제기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에 대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노동조합·시민단체 8곳이 참여한 ‘택배노동자 사망사고해결 재벌적폐 CJ대한통운 처벌촉구 대책위원회’는 10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CJ대한통운의 업무방해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민사소송에 대해 규탄하며 소송 취하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택배 노조원들의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범죄자로 몰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2월 경기 성남시의 한 대리점에서 택배 배송을 거부하며 파업에 돌입한 노조원들을 업무방해와 횡령·절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4일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7월에는 노조가 대리점 수수료 인하와 분류작업 개선을 요구하며 하루 경고파업에 나서자 사측은 형사고소와 함께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해 9월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취하하고 지난해 11월 같은 사안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노조가 총파업을 마친 뒤 사측이 노조원 160여명을 형사고소하면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업무방해가 적용되지 않은데도 지속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노조원에게 억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의도”라고 질타했다. 실제 CJ대한통운이 노조원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2억원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이어 “처음에는 일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총파업을 참여했던 650명의 노조원 중 25%에 달하는 160여명을 상대로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세화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 소장의 핵심은 노조가 적합한 절차를 거쳐 정당한 쟁의행위를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손해배상을 제기하려는 것”이라며 “쟁의행위는 본질적으로 업무 방해나 택배 배송의 지연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를 근거로 사측에 타격을 줘 교섭을 촉구하는 헌법상 권리”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요구했다. 그는 “노조원들이 근무요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이토록 험난하단 것을 잘 보여준 대목”이라며 “문재인 정부 역시 노사 간 대화창구의 활로를 얻기 위해 책임감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은 “CJ대한통운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다른 중견 택배 회사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노조원들은 CJ대한통운이) 현재 직접 고용을 못해도 교섭을 통해 처우개선과 안전한 노동, 적절한 휴식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나서는 모습을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 같은 노조의 입장에 대해 “회사는 물리력을 동원한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합법적으로 소비자 물품을 배송하려던 동료 택배기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사회적으로 용인받기 힘든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법률에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택배 노조는 지난해 2월과 7월 장시간 근무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