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반대' 택시기사 또 분신…극단 치닫는 갈등
'카풀 반대' 택시기사 또 분신…극단 치닫는 갈등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1.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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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이어 택시기사 또 분신 사망
4장 유서 "너무 힘들어…불법카풀 반대"
카카오 "애도 표해…논의 빨리 이뤄지길"
지난 9일 퇴근 시간대 광화문대로에서 소방관들이 택시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퇴근 시간대 광화문대로에서 소방관들이 택시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 업계와 카카오 카풀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또 한 명의 택시 기사가 분신 사망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택시기사 임모(64)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 내 분신을 시도했다.

임씨의 차량은 K5 경기도 개인택시로, 다른 승객 없이 임씨 혼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와 임씨 몸에 붙은 불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약 6분 만에 완진됐다. 임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10일 오전 5시5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택시 단체에 따르면 임씨는 '불법 카풀'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A4용지 4장짜리 유서를 가족들에게 남겼다.

그의 유서에는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내에게 '먼저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망 전에도 카풀 반대 투쟁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희망이 안 보인다', '카풀 이대로 두면 우리 다 죽는다' 등의 말을 남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차내에서 녹아 납작해진 기름통과 두껑을 발견해 회수, 1차 유증 반응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여러 정황을 볼때 임씨가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 택시 안에서 불에 그을린 다이어리가 한 권 나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고, 다이어리와 안경 등 유품은 유족들에게 교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카풀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농성장. (사진=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카풀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농성장. (사진=연합뉴스)

택시기사가 카풀 서비스 반대를 주장하며 자신의 몸을 태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최씨는 주변인 신고로 출동한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택시 업계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친 뒤 전체적인 유서 내용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카카오 콜 안 받기 운동', '광화문 대규모 집회'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분신 사건이 잇따르자 카풀 사업을 추진 중인 카카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택시 기사 최씨의 분신 사망으로 예정했던 카풀 서비스를 잠정 연기한 바 있다. 다만 베타서비스(시험서비스)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카카오의 자회자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긴 것에 애도를 표한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카풀 현안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풀과 택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이 주도했던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출범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타협기구 중심의 논의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기구 출범 사전간담회에서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베타테스트 중단을 요구하며 불참했다.

카풀 업계 한 카풀러는 "또 한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사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카풀 논의가 최고점까지 오른 시점에서 정부의 빠른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