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한겨레 지부 “여현호 청와대행 유감”
언론노조 한겨레 지부 “여현호 청와대행 유감”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1.10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줄곧 비판해온 언론인 윤리 위반 행태에 해당”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수석.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수석.

청와대가 2기 비서진을 꾸리면서 여현호 전 한겨레 선임기자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임명하자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 지부가 성명서를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언론노조 한겨레 지부는 지난 9일 성명서에서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하루 아침에 권력 핵심부의 공직자로 자리를 옮겼다”면서 “이는 한겨레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여 전 선임기자의 청와대행이 “한겨레가 ‘언론인 윤리에 어긋난다’고 줄곧 비판해온 행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력의 현직 언론인 공직 발탁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꼬집으며 “청와대에도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레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합원의 윤리 의식 제고에 한층 노력할 것”이라며 “한겨레 보도와 논평의 공정성이 흔들리지 않게 감시하는 노동조합 본연의 소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여 비서관은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교롭게 청와대의 제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홍보를 총괄하게 될 여 비서관은 지난 198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정치부 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임명 이틀 전인 지난 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겨레신문은 여 비서관이 논설위원이던 2015년 당시 MBC 시사제작국장이었던 정연국 기자가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자 ‘언론윤리 실종된 현직 기자의 잇따른 청와대행’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비판한 바 있다.

여 비서관의 청와대행으로 한겨레신문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김의겸 대변인, 오태규 주오사카 총영사에 이어 세 번째 청와대 발탁 인사가 나왔다.

이를 두고 그동안 폴리널리스트(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투신하거나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인물)를 비판해온 한겨레와 청와대를 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한겨레신문은 2014년 언론인 출신이 박근혜 정부 대변인에 임명된 것을 두고 청와대 제의를 받아들인 언론인의 수준 낮은 윤리의식을 지적하며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마치 5년 뒤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듯 정확한 문제 지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2기 청와대 신임 비서진을 보면 청와대를 친문 경호대로 채우겠다는 일관성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며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주된 임무인 언론인이 청와대 요직을 차지해 정권을 대변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도환 신임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31일자로 명예퇴직한 지 며칠 만에 청와대로 적을 옮기자 언론노조 MBC본부는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매우 유감스럽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서에서 “사실상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직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던 기자가 다른 자리도 아닌 청와대를 대표해 홍보하는 자리로 갔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