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전 대법원서 입장발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전 대법원서 입장발표
  • 안우일 기자
  • 승인 2019.01.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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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反검찰 단결’ 요구‧金대 법원장 압박 의도 추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역대 대법원장 중 최초로 검찰 피의자 조사를 앞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조사 당일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 발표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이 12년간 몸담은 ‘친정’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로 이동해 예정된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입장 발표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전‧현직 법관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사법부의 신뢰도가 추락한 데 대해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 느낀 소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법원 청사가 보안시설로 지정돼 있어 대법원 내부로 들어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대법원 측은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특수성 등을 고려해 청사보안 관련 규정을 찾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 내부 기자회견이 허용되지 않으면 정문 밖 발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소와 상관없이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곧장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입장 발표와 관련해 언론에만 소식을 알렸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함구하고 있지만, 검찰 포토라인에서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회견 방식이 다른 사건의 피의자들과 비교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검찰 출석 당시 검찰 포토라인에서 취재진과 접촉했을 뿐, 다른 장소에서의 회견은 진행하지 않았다.

전직 대법원장으로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장소를 대법원으로 정한 데 따른 논란도 적지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내심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법원 쪽에 ‘단결’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15일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자신을 겨냥한 듯한 현직 대법원장의 발언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행위라는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실로 입장할 때까지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 당시와 같이 취재진과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조사가 이뤄지는 당일에는 서울중앙지검 내 다른 수사 부처의 소환 조사 등도 최소화된다.

한편,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 주변에 집회가 다수 신고돼 있어 양 전 대법원장이 차량 또는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awils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