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중심 농정개혁’에 농민은 없었다
[기자수첩] ‘사람중심 농정개혁’에 농민은 없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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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으레 공직사회와 기업계를 중심으로 신년사(新年辭)가 쏟아진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신년사는 공직사회와 기업의 올 한 해 계획과 방향, 철학 등을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 농업정책 전반을 관할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이개호 장관도 기해년(己亥年) 새해 신년사에서 농업·농촌 본연의 생명가치, 공동체와 포용의 가치를 회복하고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람중심의 농정개혁’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천명한 ‘사람중심 경제’를 큰 틀로 농정의 관점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이개호 장관은 이를 위해 올해 6대 중점 추진과제 중 최우선순위로 ‘농업·농촌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청년 일자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동물간호복지사·양곡관리사·산림레포츠지도사의 자격증 신설·채용 제도화와 함께 가축방역위생관리업·생활승마서비스업 등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업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농정 1순위 정책이 자격증 신설이라는 점에 무척 의아했다. 지금의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청년 고용에 많은 투자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발을 맞출 필요는 있다. 그러나 동물간호복지사 자격증을 제도화하고 생활승마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농정의 주된 대상인 농민이 진정 체감할만한 최우선정책인지는 의문이 든다.     

FTA에 따른 수입농산물의 파상공세와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에 날로 커지는 생산비용 부담 등으로 농민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지 오래다. 먹을거리 생산이라는 어쩌면 인류 생존과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농민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의 평균소득은 꾸준히 늘어 6045만원인 반면에 농가소득은 3824만원으로 도시근로자의 6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실제 농사만을 지어 얻은 소득은 1004만원에 불과한데 10년 전인 2007년 1040만원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농가의 삶은 갈수록 퍽퍽하고 어려워진 것이다.

정부가 사람중심 농정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은 보이지 않는다. 농민의 안정된 삶이 가능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우리 농업·농촌에 사람이 모여들고 일자리 창출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사람중심 농정개혁의 핵심은 농민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