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8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벌인다. 양국이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시한부로 중단한 뒤 처음으로 마주앉는 자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일 정상회담에서 90일간 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인 3월1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추가관세로 무역전쟁을 재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이번 협상의 의제는 비관세장벽, 지식재산권, 농산물과 공산품 교역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는 협상의제를 명시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 때 이룬 공동인식 실천을 위해 긍정적, 건설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무역불균형과 불공정 통상관행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해소한다는 명복이지만 세계 경제대국 1, 2위 간의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미 ‘세계 빅2’의 통상마찰로 지구촌 곳곳에서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주의를 내걸고 중국 등과 벌인 무역전쟁으로 세계 교역질서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후 국가별, 지역별 무역질서 새판 짜기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세계 무역질서 재편과정 속에서 적절한 전략적 대비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치명적 위험에 빠질 것이다. 이제 한국이 글로벌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스탠스를 정해야 하는 시간이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이익을 중심으로 한 무역체제 재편을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일본, 유럽연합, 아시아-태평양 각국은 합종연횡을 강화하며 거대 자유무역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반도체 문제다. 일본·유럽연합이나 미국·일본, 미국·유럽연합 협상의 중심엔 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다. 각각의 협상결과에 따라 한국의 수출상품과 전략에 직접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미 세계 무역의 질서는 다자·양자 무역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생존’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졌다. 미국이 WTO를 계속 비판하면서 관세를 무기로 주요국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자국이익에 맞게 협정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그에 대응해 완전한 다자무역보다는 권역별 블록을 쌓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경제도 이미 이런 시험대에 올라있다. 미·중 무역협상을 지켜보는 우리 기업들은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더불어 미국, 중국과의 교역편중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수출시장을 다변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