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20대 노동자 사망…"느슨한 규정 손봐야"
계속되는 20대 노동자 사망…"느슨한 규정 손봐야"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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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2명 목숨 잃어야 입찰제한…1명은 제재 미비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 5일 입사한 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20대 노동자가 고소 작업대에 올라 자동문 설치 작업을 하던 중 끼임 사고로 숨졌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고 김용균(24)씨가 사망한 지 26일 만에 또 다시 산업현장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젊은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고에 모든 작업 현장의 안전 예방 제도를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를 낸 업체가 큰 불이익 없이 공공기관 일감을 받을 수 있는 현재의 느슨한 제재 규정을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6일 한국서부발전에 따르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해 근로자가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해야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동시 사망자 근로자 수가 2~5명이면 6개월, 6~9명이면 1년, 10명 이상이면 1년 6개월간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

즉,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김용균씨의 사건처럼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가 1명일 경우 사고가 난 업체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가 일어난 발전소 정비 주요업체로 꼽히는 A사는 서부발전의 큰 계약을 계속 따내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 계획 예방정비 공사를 하던 중 A사의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가 회전 설비와 구조물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 사고와 관련 서부발전은 A사가 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작업자에게 이런 위험을 알리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또 근로자 사망 사고 전 A사 직원과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가 폭발성 화염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이를 감추다 뒤늦게 서부발전에 보고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서부발전은 A사가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했고, 서부발전 측 담당자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부발전 직원 중 4명이 '견책' 처분을, 2명은 '주의'를 받았다. 견책은 가장 수위가 낮은 징계다. 주의는 징계로 분류되지 않는다.

게다가 A사는 사고 이후 서부발전에서 일감을 받는 과정에서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A사가 서부발전으로부터 따낸 계약은 9건으로, 계약금액 합계는 약 514억원에 달한다.

작년 1월 31일에는 계약금액 약 289억원 규모인 '태안·서인천 기전설비 경상정비공사'를 수의계약으로 A사에 맡기기도 했다.

이는 느슨한 제재 규정의 영향으로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입찰 제한을 받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대로라면 김용균 씨의 사용자인 한국발전기술 역시 사실상 이후에도 큰 제약 없이 서부발전과 계약을 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외국은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서 생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중대 재해 관련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