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굴뚝농성’ 420일째…노사, 다시 원점
파인텍 ‘굴뚝농성’ 420일째…노사, 다시 원점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9.01.05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례 교섭 결렬…양측 5차 교섭 일정 조율
지난 3일 오전 양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 파인텍 노사가 4차 교섭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 차광호 지회장 맞은편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양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 파인텍 노사가 4차 교섭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 차광호 지회장 맞은편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4차에 걸친 교섭에도 파인텍 노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75m 굴뚝에서 농성이 420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상에서의 단식 농성은 27일째다.

5일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스타플렉스 등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이른 시일 내에 굴뚝 농성이 끝나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지만 노조 측의 직접 고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농성 종결 시기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일 4차 교섭에서 노사는 13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운영 중단 상태인 파인텍을 재가동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세부 사항에서 의견이 갈려 협상은 결렬됐다.

몇 차례 고성이 오가기도 했던 지난 교섭에서는 장기간 논의가 진행 중이었던 안도 파기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전언도 흘러나온다.

노조 측은 스타플렉스가 과거에도 별도 자회사를 세워 고용을 승계한다는 안에 합의했다가 끝내 좌절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공 농성을 불사하면서까지 사측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탁·박준호씨와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 등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은 스타케미칼이 연이어 적자를 내던 상황에서 스타플렉스의 인수와 노동자 해고가 겹치면서 시작됐다.

차 지회장은 일방적인 해고 조치에 반발해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45m 굴뚝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은 자회사(파인텍)을 설립해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받아내고 난 뒤에야 끝났다.

이후 파인텍에 새 둥지를 튼 노동자들은 사측에서 제공한 근무‧생활 여건이 사측의 약속과 달리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파인텍에서 받은 급여는 기존에 받던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컨테이너에 마련된 기숙사에는 이불도 부족했고, 식사는 하루에 한 끼만 제공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동자들은 회사가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상 등을 승계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파업을 시작해 지난 성탄절에는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노조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책임지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반발한다.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 겸 파인텍 대표는 “노동자 측이 김세권 대표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대해 양보하지 않아 협상이 다시 원위치가 됐다”며 “고용보장, 위로금, 임금 등 접점을 찾아가던 협상 내용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교섭 결렬 원인이 노동자 측에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 대표는 그러면서 “노동자 측이 개선된 안을 내놓지 않고 지금처럼 양보 없이 협상을 한다면 소용이 없다”며 “농성하는 사람들에게만 인권이 있나. 합법적으로 기업 하는 나도 너무 힘들어서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가 않다. 이 나라가 법치국가가 맞나”고 항변했다.

한편 노사는 농성 411일 만인 지난달 27일 1차 교섭한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총 세 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3일 진행된 4차 교섭에 앞서 김 대표가 “이번 교섭으로 잘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혀 굴뚝 농성이 끝날 것이란 기대가 전해졌으나 양측이 의견을 달리하면서 5차 교섭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