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적 이슈로 번진 황창규 KT 회장 임기
[기자수첩] 정치적 이슈로 번진 황창규 KT 회장 임기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9.01.03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인의 부친이 공기업 CEO를 역임할 때다. 그의 부친이 임기 2년차를 막 시작할 즈음 정권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당시 정권으로부터 당장 사퇴 하지 않으면 과거의 잘못을 여론화해 불명예 퇴직시키겠다는 압박이 계속됐다. 당신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3개월 동안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지인의 부친은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인 부친의 사례는 10년도 훨씬 지난 옛날(?) 이야기다. 강산도 변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 개입 논란은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KT의 한 관리자급 직원이 최근 기자에게 던진 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황창규) 회장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우리는 그가 임기를 채우고 떠나길 바랍니다. KT는 2002년 공식적으로 민영화된 기업입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매번 교체되면서 임직원들의 혼란스러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공기업일 때나 민영화 된 지금이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겠지만 (황 회장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KT 직원의 말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게 넘겨버릴 수 없다. 황 회장의 임기 문제는 어느덧 정치적 문제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그가 내세운 경영 능력을 떠나 전임 정권 인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면 보수, 반대하면 진보로 번진 모양새다.
 
어디 KT뿐일까.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KT와 포스코는 둘 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다. 국민연금이 두 기업에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가 우회적으로 각 CEO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악습을 끊어야 할 때다. 황창규 회장을 선호하든 선호하지 않던 인사 문제만큼은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