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의 일실수입(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 예측되는 이익) 산정 때 도시 일용노임이 아닌 진학률에 따른 '학력별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김은성 부장판사)는 A씨(20·여)씨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900여만원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3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초등학생 시절인 2010년 횡단보도를 신호를 위반하고 돌진한 택시에 부딪혀 얼굴 등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A씨는 2016년 전국택시운송자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9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소송했다.
1심은 "해당 택시의 공제사업자인 연합회가 사고를 입은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 한씨의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도시일용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삼아 배상액을 29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달리 봤다.
재판부는 "청소년인 피해자는 사고로 인해 다양한 직업 선택의 가능성을 상실했음이 직관적으로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100%가 아니라고 개연성을 배척해 버린다면 사실상 증명의 여지를 모두 차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나 학생에 대한 일실수입을 도시 일용노임 상당액만 인정하면 장래의 기대가능성을 모두 무시하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최소한의 기본임금을 기준으로 삼아 더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피해자에게 100% 증명하라고 한 뒤 '고도의 개연성'을 요구하는 기존 방식은 결국 최소한의 배상에 만족하라는 것과 같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일실수입의 기준으로 현재 통계청이 제공하는 학력별 통계소득자료에 피해자의 연령에 맞춰 고교·전문대·4년제 대학 진학률 등을 반영해야 한다"며 택시의 공제사업자인 연합회가 A씨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