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주52시간 계도기간 연장…제도 연착륙하나
[신년특집] 주52시간 계도기간 연장…제도 연착륙하나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1.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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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시점까지…경사노위 위상 격상
정부, 노동시간 활용 유연성?근로자 노동권 균형 동시 도모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본격적인 주당 52시간 노동이 연기됐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이 마무리될 때까지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재계와 노동계 사이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와 더불어 근로 시간 특정 요건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일고 있다.

모든 업종에 획일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경사노위의 논의와 관련 법 개정을 거쳐 제도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52시간 계도기간, 올 2월까지 연장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편 시점인 2월까지 연장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사정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했다는 게 정부의 조치다.

앞서 정부는 노동의 질 향상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향후 6개월을 계도기간으로 설정해 처벌을 유예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3차 경제활력 대책회의 겸 제2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사노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 연말까지였던 계도기간을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완료 시점까지 연장하겠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은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2월 말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2월 이전에라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탄력근로를 도입한 기업이나 도입을 위해 노사협의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탄력근로 관련 개정법이 시행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키로 하고, 그 밖의 기업은 오는 3월31일까지로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조치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안이 마련되는 2월 말까지 계도기간이 3개월가량 연장된 것이다.

◇노동계 즉각 반발…공은 경사노위로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계도기간 연장은 산업재해 예방 및 삶의 질 개선이라는 주52시간 근무제의 취지를 흐리게 하고 임금도 감소한다는 이유다.

과로사회로의 회귀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며, 연장근무는 12시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탄력근로제가 적용되면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까지 늘어나게 되고 여기에 연장근무 12시간을 더하면 최대 주64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임금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주40시간을 넘는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수당으로 지급하지만 집중근무 기간에는 수당 지급 기준이 주 52시간으로 높아지므로 실질임금이 약 7%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강훈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6개월이란 충분한 계도기간을 뒀는데도 또다시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준다”며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생산성을 확보하고 국제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가 근무여건과 산업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며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이 최대 3개월(12주)로 이 경우 최대 6주까지 집중근무가 가능하다.

기업들은 업종에 따라 6주 이상도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까지 늘려야만 납품일 준수 등 기본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의 구도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도기간을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정부와 사용자?노동자?공익 위원 등 18명의 본위원으로 구성돼 지난해 출범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해 합류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사노위 참여를 유예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이후 정부의 경사노위 합류 요청에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경사노위 내 노동시간위원회 구성 당시에는 한국노총이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위태로운 갈등 상황을 조기에 봉합하고 주52시간 근무제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정부는 경사노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가 아니라 의결기구라고 생각한다”며 “경사노위에서 합의해주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사노위는 법적으론 자문기구지만 사실상 의결기구로 격상되면서 주52시간 근무제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업종별 특성 고려해야…연착륙 위한 조치

전문가들은 주52시간 근무제가 모든 업종에서 획일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선업이나 제조업처럼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뚜렷하거나,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업종 등 특성을 고려해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윤상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직 등 일부 업종은 ‘시간’이란 하나의 기준만으로 노동 여건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들 업종에 한해 현행법상 최장 3개월 정도인 탄력근무제 도입 범위를 1~2년 정도로 확대하고 사측과 노동자들이 꾸준히 소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미시적인 요소로 경제주체의 심리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알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경사노위 노동시간위를 통해 2월 말까지 탄력근로제 문제를 결론짓는 한편 필요한 법 개정을 마쳐 주52시간 근무제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모든 사업장에서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사업주가 신규 채용, 생산설비 도입, 교대제 개편 등 근로시간 단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올해 안에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하겠다면서 제도가 개선되기도 전에 사업주들을 단속해 처벌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며 “계도기간 연장은 노동정책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주52시간 근무제가 현장에 제대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 조기 정착을 위해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시기인 지난해 7월 이전에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인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의지에 따라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의 질적 제고 등 관련 효과가 기대된다.

탄력근로제와 관련해서는 단위기간이 6개월로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위기간이 크게 늘어날 경우 과도한 노동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만큼 6개월 이상 확대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기업의 노동시간 활용 유연성과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의 균형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