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 빛나는 일출이 모처럼 반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10천간과 12지지를 조합해 60간지를 매 해의 띠로 삼고 있다. 한해의 색은 오방색을 10천간에 대비해 정하는데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을 상징한다.
그래서 기해년은 황색돼지해가 되고 황금돼지띠는 재물을 의미하는 황금에 재복을 상징하는 돼지까지 더해져 올해는 아무래도 출산율이 조금이나마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새해에는 저마다 전년보다 자신의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소망하고, 또 희망하는 것들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한해를 시작하게 된다. 더러는 신년 운세를 점쳐보는 이들도 있다. 재미로라도 봤던 토정비결의 경험이 한 두 번씩은 다들 있을 터다.
알다시피 토정비결은 토정 이지함이 사람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가지고 그해의 운세를 점치도록 엮어놓은 책이다. 포천과 아산에서 현감을 지내며 백성 구호에 힘썼던 이지함은 말년에 한강의 마포강변에서 검소하게 살았는데, 민초들이 여러 학문이 깊고 역술에 능했던 이지함을 찾아 운세를 점쳐주길 부탁했다고 한다. 이지함은 당시의 경험과 지식을 엮어 비결로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토정비결이다.
조선중기 백성들은 탐관오리의 수탈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당파싸움으로 정쟁이 끊이지 않아 정치적 혼란 속에 고초를 격고 있었다. 농업과 상업의 상호 보충관계를 강조하고 해외 통상론을 주장하는 등 진보적 사회경제론을 피력하고, 걸인청을 설치하는 등 노인과 약자의 구제를 위해 힘썼던 인물이 바로 이지함이다. 아마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던 당시 선조들은 평소 백성과 약자 편에 섰던 그의 사상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그를 찾고 또 토정비결에 의지해 일말의 희망을 찾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불행이도 지금의 상황은 이지함이 살던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정계의 끊임없는 정쟁은 핵고구마의 답답함을 주고 있고, 사회 양극화와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못해 국내 경기는 위축되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장기적인 세계 경기불황의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의 올해 운세에는 신의 한수가 필요해 보인다.
신의 한수는 진심(眞心)에서 찾아야 한다. 정계에서는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재계에서 외치는 상생은 진심인지, 또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노조는 진심인지 되새겨야 한다. 권력만을 쫒는 정치를 하고, 겉으로만 상생을 외치며 철저하게 경영주의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노동자의 편에 서있는 척하지만 자신들만의 또 다른 권력을 위한 노조가 돼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뼈아픈 근현대사를 겪으며 정치·이념·사상적 선구자로서 민족의 귀감이 됐던 백범 김구 선생은 서거 2년 전인 1947년 일흔이 넘어 백범일지 간행본 말미에 특별히 정치사상과 철학을 정리한 ‘나의 소원’을 수록했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편에서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중략……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은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중략……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여야 한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고 피력했다.
기해년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경제계의 소위 사회적 리더들은 물론이고 국민모두가 새겨볼 말은 아닐까. 정치·경제계의 신의 한수, 진심을 통해 황금돼지해 한해의 기록은 희망이 실현되는 색으로 입혀지길 간절히 바란다.
/고재태 신아 C&P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