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上] 문재인 정부 서울 집값 상승률, 박근혜 정부 5배
[규제의 역설-上] 문재인 정부 서울 집값 상승률, 박근혜 정부 5배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2.3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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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압도하는 오름폭…전국 평균比 20배
반복된 규제 중심 대책에도 '내집마련 더 어려워'
대통령 임기별 누적 물가상승률·감정원 명목주택상승률·실질주택가격상승률 비교.(자료=통계청·감정원·신아일보)
대통령 임기별 누적 물가상승률·감정원 명목주택상승률·실질주택가격상승률 비교.(자료=통계청·감정원·신아일보)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집값 잡기'를 선언하며 부동산시장에 칼을 들이댔다. 특히, 강남권 중심으로 날뛰던 서울 집값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매서웠다. 이 같은 정책 기조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0개월 동안 총 8번에 달하는 규제 중심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적표는 초라한 모습이다. 일반적인 물가 상승세를 넘어 비정상적으로 폭등해버린 '서울 집값'의 현주소와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19개월 동안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주택가격상승률은 7.1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상승률 1.54%의 5배 수준이다. 특히, 현 정부 하에서 서울 실질집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의 20배까지 치솟으며, 극심한 지역 양극화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기라는 시장흐름을 읽지 못하고 거듭한 정책 실수 탓이라고 지적했다.

◇ 8번의 규제…성적표는 '낙제'

31일 본지가 통계청 등의 도움을 받아 산출한 '실질주택가격상승률'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2017.5~2018.11)의 서울 실질주택가격상승률은 7.15%로 집계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2013.3~2017.3)의 1.54% 대비 약 4.6배에 달하는 수치로, -10.59%를 기록했던 이명박 정부(2008.2~2013.2)와 비교하면 약 17%p에 달하는 격차다.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정권별 실질주택가격상승률은 이명박 정부 당시 -3.49%였고, 박근혜 정부 때 1.97%였다. 문재인 정부 19개월간은 0.3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실질주택가격상승률은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상승률'에서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빼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예를 들어 1년간 집값이 1억원에서 2억원까지 100% 올랐다고 해도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0%면 실질주택가격상승률은 0%가 된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하고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산출하는 계산으로, 실질주택가격상승률이 높을수록 집값이 다른 상품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출범 이래 8번에 달하는 부동산 규제로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이번 정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특히 전 정권에서 전국과 서울 집값이 유사한 흐름으로 오른 반면, 이번 정부에서는 서울 상승폭이 전국 상승폭의 20배에 달했다. 정상적인 물가 상승분에 비해 서울 집값이 압도적으로 가파르게 올랐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 상승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흐름과 정치적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했다. 시세 흐름상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떨어졌던 서울 집값이 회복하는 시점에 여러 정책실패가 겹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집값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던 보유세 개편과 부동산 시장 과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임대주택사업자등록 활성화 대책,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발언 등이 꼽혔다.

실제로 전월 대비 서울 주택가격상승률이 0.86~1.25%까지 평소보다 2배가량 폭등하던 시기는 각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주변에 유독 집중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집값이 회복하는 시기이므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정책을 피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다소 경솔했던 정책으로 서울집값 불패 신화를 공고히 해주면서 서울만 유독 집값 상승세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13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 두번째)이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발표된 8번째 규제 중심 부동산 대책으로, 고가·다주택자 증세와 투기 목적의 대출 차단 등을 골자로 한다.(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9월13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 두번째)이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발표된 8번째 규제 중심 부동산 대책으로, 고가·다주택자 증세와 투기 목적의 대출 차단 등을 골자로 한다.(사진=김재환 기자)

◇ 더욱 멀어진 서울 집 장만의 꿈

전문가들은 '미친 서울 집값'이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로 오른 집값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가계소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전체가구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지난 2008년 1분기 247만원에서 올해 3분기 300만원으로 10여년간 고작 53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감정원의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지난 2008년3월 5억원에서 올해 9월 8억6000만원으로 1.7배 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으로 홍역을 치른 현 정부의 남은 과제로 물가·집값 안정 및 가처분소득 증대를 꼽았다.

부동산 전문 연구기관의 B연구원은 "이론적으로만 놓고 보면 문제는 집값이 아니라 소득"이라며 "현재 물가에 비해 급격히 집값이 오른 만큼 앞으로는 물가와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가처분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국민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서울시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신아일보]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