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군, 日 초계기 겨냥 안 했다…저공비행이 더 문제
韓 해군, 日 초계기 겨냥 안 했다…저공비행이 더 문제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12.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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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영상 분석한 전문가들 “레이더, 초계기와 다른 방향”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위쪽)이 지난 20일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어선(아래쪽) 수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28일 일본 해상자위대 영상 캡처. (사진=연합뉴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위쪽)이 지난 20일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어선(아래쪽) 수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28일 일본 해상자위대 영상 캡처.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공개한 해상자위대 초계기(P-1)의 촬영 영상과 관련해 우리 해군 구축함이 사격통제 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겨냥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이 ‘위협행위’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30일 일본이 공개한 해상자위대 P-1 항공기 촬영 영상과 관련해 “레이더 경보음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들리는 시점에 (추격) 레이더의 방향은 P-1을 조사(照射)할 수 없는 위치”라고 밝혔다.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 레이더는 광범위한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레이더(MW08)와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레이더(STIR)로 구성돼 있다.

일본은 우리 측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로 자국 해상초계기를 겨냥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28일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류 연구위원은 “광개토대왕함은 전방과 후방에 2대의 추적레이더(STIR)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 초계기에서 레이더 경보음이 울릴 당시 전방과 후방 레이더는 각각 150도와 60도 정도 초계기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며 일본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류 연구위원은 “스티어 레이더를 제작한 탈레스사의 자료상 레이더 빔의 폭이 1.4도임을 고려할 때 (설령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운용했더라도) 일본 초계기를 조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 당국도 광개토대왕함이 빠르게 접근하는 일본 초계기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가동했을 뿐 추적레이더 빔을 방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양측의 입장이 갈리자 일각에서는 일본 초계기가 탐색레이더(MW08)의 전자파 또는 인근에서 북한 선박 구조활동을 하던 우리 해경정 삼봉호의 ‘켈빈’ 레이더의 전자파를 오인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해경정 레이더와 추적레이더가 모두 ‘I밴드’를 쓰기 때문에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영상을 분석한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초계기가 회피기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서도 우리 함정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인도주의적인 구조활동을 하던 우리 함정을 향해 일본 초계기가 낮게 날면서 위협비행을 한 사실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통상 초계기에는 공대함 미사일 등의 무장이 탑재돼 있어 함정 근무자들은 항공기가 낮게 날아 접근할 때 상당한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양법 권위자인 김현수 인하대 교수는 “일본 초계기가 150m 고도로 우리 함정의 상공을 비행해 충분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며 “일본은 구조활동 중인 우리 함정에 대해 의도를 갖고 감시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150m 고도의 저공비행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데 대해 김 교수는 “ICAO 규정은 군용기가 아닌 민항기에만 적용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ICAO 협약 3조를 보면, 군용기는 제외된다고 규정돼 있다.

한편, 지난 러시아 군용기 Su-24 전폭기가 영국 군함의 약 30m 상공으로 통과하자 영국은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2015년 6월에도 같은 기종의 전폭기가 미국 군함 상공 500m 이내로 통과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한 바 있다.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