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무술년(戊戌年)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세밑에는 늘 그렇듯이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
올 한해는 격동(激動)의 한해로 불러도 될 만큼 안팎으로 다양한 일들이 많았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남북평화 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색국면이었던 남북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화해무드 조성이 시작됐다.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은 70년 이상 지속된 ‘한반도 냉전’을 ‘한반도 평화’로 바꿔놓았다. 북한은 핵 실험장 폐기, GP 철수와 함께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 및 연결 착공식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시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연내 종전선언과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평화의 로드맵이 시작된건 사실이다. 내년 상반기에 2차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기에 한반도의 평화 기류는 한층 더 무르익을 전망이다.
국내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였다.
사법부 국정농단으로 나라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법치주의가 흔들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국민의 위임한 권한을 남용해 집권 정권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독립성과 중립성의 상징인 사법부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6개월 간 대대적 수사를 벌였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내년에는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진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보인다.
경제상황도 안좋았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글로벌 무역분쟁과 환율 유가 변동으로 인해 1년 내내 부진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쇼크’ 수준의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내수 경제도 마찬가지였다. 집값 폭등과 밥상물가 상승으로 시민들의 한숨소리는 더 커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금리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또한 미투와 갑질이 절정을 이뤘다. 미국과 유럽에서 불거진 미투(#MeeToo)운동은 올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사실을 고백하면서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갔다. 정치, 문화,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수많은 피해자의 용기있는 폭로가 이어졌다. 갑질도 미투 못지 않게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파문을 시작으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의 직원 폭행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갑질의 행태가 전해져 우리를 분노케했다. 미투운동과 갑질은 은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의 단면을 보여줬다. 가진자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으로 인해 인간을 계급화하고 그 위에서 군림했다.
이 밖에도 밀양 세종병원과 종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두 화재 사건 모두 방화문과 스프링클러만 설치됐어도 피해가 크지 않았을 사고라 더욱 안타까웠다. 끊이지 않는 인재(人災)사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T 통신구 화재,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과 코레일 열차 탈선, 강릉 펜션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이어졌다.
이렇듯 사건·사고들만 많았고 기분 좋은 뉴스는 드물었 던 한해다. 하지만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자. 흐린 하늘 뒤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 법.
이제 저물어가는 2018년과 함께 안좋았던 뉴스와 기억은 잊어버리자.
새해는 ‘황금돼지의 해’인 기해년(己亥年)이다. 예로부터 돼지는 하늘에 바치는 신성한 재물이자 재산과 복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특히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는 길상의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