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자성어 설문조사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임중도원은 <논어-태백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 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전했다.
2018년은 남북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룬 한 해로 평가된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구성원들을 초청해 가진 송년만찬에서 올해를 ‘남북관계 대경의 역사를 평화, 협력의 시대로 대전환한 해’로 자평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남북정상 회담을 통해 진전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북미 간의 이견으로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의 2차 북미회담 일정이 연기되면서 답보상태에 빠져들었다. 올해 안에 서울답방을 약속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도 막연히 내년 초로 예상할 뿐 가시적인 스케줄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국내문제는 의미 있는 변화는 있었지만 그에 따른 논쟁과 갈등 유발로 색이 바랜 한 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해를 ‘보육·통신·의료비를 낮추고 기초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사람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한 해’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전국의 학부모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는 그 해법인 ‘유치원3법’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최저임금 인상과 탄력 근로제는 또 다른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남북관계 개선과 적폐청산 등에서는 나름 진전을 이뤘지만 사회 계층 간 반감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사회경제 개혁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찾기 어렵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기조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도 아직 ‘수사학적 선언’으로 인식되리만큼 겉돌면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초기 기대했던 재벌개혁, 검찰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고 노동, 복지, 세제 분야에서의 개혁도 지지부진해 보인다.
그래서였을까. 교수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의 ’밀운불우‘(密雲不雨)가 꼽혔다. 남북정상회담과 적대관계 종결,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합의, 소득증대성장 등에서 중재한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막상 구체적인 열매가 열리지 않고 장밋빛 전망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을 표현한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올 한 해를 발판으로 구체적 성과를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