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결산]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는?
[2018 결산]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는?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2.3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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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한 해가 어느덧 끝자락에 다가왔다. 곱씹어 보면 그렇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올해는 유독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전 국민이 기다렸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개최됐고,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으며 한반도 평화를 약속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이르는 굵직한 사회적 현안에 더해 미투 운동과 갑질, PC방 살인사건까지 끊임없이 이슈거리가 터졌다.

이에 본지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에게 가장 뜨거웠던,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와 그 내용들에 대해 되짚어봤다. 올해의 이슈는 크게 3가지로 구성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각계각층으로 확산된 '#미투(Me Too)'

올해는 미투 바람이 유난히도 거셌다.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이 운동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였다.

지난 1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도화선이 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연예계·스포츠계를 거쳐 정치권까지 덮치며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서 검사는 한 언론을 통해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고, 이를 항의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는 마른 벌판에 불을 놓은 형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후폭풍이 거셌는데 고은 시인을 비롯해 이윤택 연출가, 오태석 연출 등 문화계 거목들이 줄줄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당시 최영미 시인은 문단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하며 고은 시인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고은 시인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피해자들의 폭로는 이어졌다.

결국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전시공간인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철거했고, 고인 시인 역시 국내 대표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놨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의혹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연출가가 과거 배우였던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이 연출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옛 단원들의 미투가 확산되면서 그는 지난 9월 유사강간치사 등 혐의 18개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의 파장은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연예계·스포츠계·정치권 등 사회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인 조재현이 지난 2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다. 성폭행 주장 여성은 "16년 전 조재현한테 방송사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성추행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수많은 피해자들이 쏟아지자 성추행 논란을 일부 인정하며 당시 출연 중인 드라마를 하차했고, 재직 중인 영화학과 교수직에서도 물러났다.

배우 겸 교수였던 조민기도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소환과 함께 포토라인에 서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조민기의 성추행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달수, 조덕제, 김생민 등 배우와 방송인도 미투의 조명 아래서 자신들의 과거 부적절한 해위를 숨기지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

미투의 돌풍은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지목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같은 폭로에 안 지사는 '성폭력 가해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30년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 역사적인 만남…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한반도로 집중시켰다.

두 정상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 물꼬를 튼 뒤 4월 27일 분단의 상징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자리였다.

판문점 북측지역인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직접 걸어 군사분계선에 걸쳐있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인 T3,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경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 같은 역사적인 만남에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격스러운 남북정상회담의 장면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은 회담 직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음'을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정전상태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도사렸던 한반도가 평화협정으로 발걸음을 성큼 내디딘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26일 두 정상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열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중재자'인 문 대통령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급박하다 보니 사전에 알려지지 않고 사후 공개됐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9월 18∼20일 사흘 동안 평양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서해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 방북이었다.

김 위원장은 평양 순항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리자 포옹하며 크게 반겼고, 문 대통령도 환하게 웃었다.

두 정상은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 영구적 폐기 등 비핵화 세부내용을 담은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 서울 답방을 명시해 분단 이후 첫 서울 정상회담을 예고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 성과는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거와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으로 현실화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물컵 던지고 뺨 때리고…잇따른 '오너 갑질'

올해도 약자를 향한 재벌가의 갑질은 끊임없이 터졌다.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회의 도중 광고회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을 뿌린 일명 '물컵 갑질'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며 그동안 침묵했던 한진그룹 임직원들은 조 회장 부인 이명희씨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등 한진 일가의 갑질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태는 한진 일가의 횡령과 배임, 밀수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는 경찰과 관세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불러오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전무를 과거 6년간 불법으로 등기이사로 등록한 사실을 확인해 진에어의 사업면허 취소까지 검토했다. 나라밖에도 알려지면서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갑질'이라는 단어가 소개됐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웹하드 업계 1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상습적인 직원 폭행과 엽기행각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양 회장은 전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특정 직원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거나 회사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석궁이나 칼로 살아있는 닭을 죽이도록 살생을 강요하는 등 엽기 갑질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양 회장은 수사를 받고 구속기소 됐으며, 이를 계기로 '웹하드 카르텔' 문제까지 불거져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지난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에서 승무원들에게 막말과 외모 비하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익명으로 운영되는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서 서 회장의 갑질이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유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