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레이더영상' 공개 지시…'강제징용 판결' 영향
아베가 '레이더영상' 공개 지시…'강제징용 판결' 영향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8.12.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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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성 신중론에도 아베 총리가 방위상 불러 지시
한일갈등 국내정치 이용 '꼼수'…"여론 대책 활용"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위쪽)이 지난 20일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어선(아래쪽)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으로, 28일 일본 해상자위대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위쪽)이 지난 20일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어선(아래쪽)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으로, 28일 일본 해상자위대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당시 촬영한 ‘레이더 영상’을 공개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한일 양국이 이번 문제에 실무급 화상회의를 갖고 해결 방안 모색을 시작했음에도 돌연 입장을 바꿔 갈등을 확산할 조처를 한 것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방위성은 한일 군 당국 간 관계를 한층 냉각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영상 공개를 주저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톱다운 방식을 썼고, 결국 한국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준한 증거가 있다며 당시 촬영된 영상 공개가 강행됐다.

이와 관련 도쿄신문은 영상 공개에 대해 방위성이 '한국을 더 반발하게 뿐'이라며 신중론을 폈고 이와야 방위상도 부정적이었지만 수상의 한마디에 방침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과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아베 총리가 울컥했다"는 자민당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며 "여기에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가 생기자 아베 총리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아베의 지시에 따라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은 13분8초 분량으로, 사건 당일인 20일 자위대 초계기 P1이 동해 상공에서 촬영했다.

다만 해당 영상은 방위성의 담당자도 "영상만으로 레이더 조준을 증명하기에는 한정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증거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

우리 국방부도 "일본 측이 공개한 영상은 단순히 초계기가 해상에서 선회하는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장면만이 담긴 것으로 일반 상식적인 측면에서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번 결정을 두고 일각에선 아베 정권이 최근 급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과의 레이더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아베 내각은 최근 회기가 끝난 임시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호 확대 법안 등 각종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켰다가 지지율이 급락해 30%대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위대의 명예를 언급하면서 동영상을 공개한 것에는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을 결집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의 영상 공개와 관련해 아베 정권이 국내 여론 대책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