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극단적 선택할 때 경찰은 졸았다…관리실태 부실
피의자 극단적 선택할 때 경찰은 졸았다…관리실태 부실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12.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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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전남 해남경찰서 모습. (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전남 해남경찰서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남 암매장' 사건으로 유치장에 입감된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동안 유치장은 지키고 있던 경찰관이 졸고 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남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체포돼 전날 유치장에 구금됐던 김모(59)씨는 28일 오전 6시21분께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호흡·맥박이 끊어져 있었고, 발견 직후 119구급대에 의해 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유치장 내 CCTV를 확인 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4시 57분께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이곳에서 외투 허리 조임끈을 꺼내 스스로 목을 조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건 당시 유치장 담당 경찰관이 졸고 있었던 점이다. 경찰관은 김씨가 화장실로 들어간 지 1시간 20여분이 지난 6시 21분께에야 잠에서 깼다.

이후 김씨를 발견한 경찰관은 119구급대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이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유치장 당직 경찰관들은 2시간씩 교대 근무해야 하는 수칙도 어기고 있었다. 이들은 4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신체 등에 대한 수색도 소홀히 했다.

경찰은 근무를 제대로 서지 않은 유치장 담당 경찰관들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한 후 징계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유치장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서 내 유치인 사건·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1월 3일에는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화장실에서 유치장 입감 전 성폭행 사건으로 붙잡힌 40대 피의자가 자신의 흉기로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피의자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경찰관들의 눈을 따돌린 뒤 자해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신체 수색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유치장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국제 기준에 맞는 유치인 인권보장 강화 방안'을 경찰청에 권고한 바 있다.

이 중 일부를 받아들여 경찰은 관련 대책 시행에 나서고 있지만, 또다시 허술한 관리실태로 인한 사건이 터지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