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건희 차명계좌 260개 추가 발견…건강 고려해 기소중지
檢, 이건희 차명계좌 260개 추가 발견…건강 고려해 기소중지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12.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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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260개 포함해 총 1749개 차명계좌
양도소득세 등 총 85억5700만원 탈루…임직원들만 재판 넘겨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의혹과 주택 공사비 횡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 회장의 전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과 전현직 삼성물산 건설부문 임원 등을 재판에 넘기고 이 회장은 기소중지 처분하는 선에서 사건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80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하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로 이 회장의 전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 전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씨는 삼성 임원들 명의로 만든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통해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사고 판 뒤 2007년과 2010년도분 양도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85억5700만원을 탈루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회장도 탈세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지 불명 등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해당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조처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4년 넘게 와병 중이다. 현재로서는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어렵지만 건강이 호전되면 기소중지가 해제돼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 공사와 관련한 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다수 존재한 정황을 포착해 국세청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공사비로 지급된 수표가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발급된 정황이 포착돼 당초 횡령 혐의에 집중됐던 수사가 비자금 수사로 전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차명계좌 260개(계좌명의자 72명)가 추가로 발견됐다.

조사 결과 삼성이 대부분 증권계좌인 이들 차명계좌를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해 세금 1300억여 원을 납부한 뒤 이듬해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월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고 보강 수사에 착수해 별도의 차명 증권계좌 260개(명의자 235명)를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로 이 회장과 관련된 차명계좌 총 560개가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알려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모두 1749개가 됐다.

검찰은 이들 계좌가 실소유주인 삼성 계열사 주식 매매에 쓰인 것으로 보고 이 회장이 양도세와 지방소득세 총 85억 5700만원을 탈루했다고 결론지었다.

소액주주와 달리 대주주는 회사 주식을 처분하면서 얻은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물어야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범죄사실에 포함시켰던 이자 및 배당소득과 관련한 종합소득세 탈루액 30억여 원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혐의 액수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또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33억원을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대납한 혐의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을 기소중지 처분하는 한편 삼성물산 전무 등 임직원 3명을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jungwon933@shinailbo.co.kr